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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얘기 외로움의 자유를 상실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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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닌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10 13:46 조회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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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자유를 상실한 사람들

“좀머씨 이야기”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이야기의 제목은 “좀머씨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좀머씨와 좀머씨를 묘사하는 어린 소년. 이 두 사람은 동등하게 주인공이다. 이것을 이해해하지 못한다면 이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사람들과 분리되기 위해 끝없이 길을 걸어야만 하는 한 남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어느 소년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사람들과 일절 관계를 단절하고, 낮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걷기만 하는 좀머씨와 그것을 지켜보는 소년. 이 두 사람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지만, 미묘하게 조우한다.
좀머씨는 타인과 완전히 단절된 모습을 보인다. 아니 타인과 완전히 단절되기 위해 끝없이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은 좀머씨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다른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는 듯한 좀머씨를 볼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소년의 세계는 타인들의 시선 외부에 있지만 따뜻하다. 그는 도망가려 하지 않지만, 떨어져 있다. 그는 홀로 있지만, 고통스럽지 않다. 우리는 글을 읽으며 소년이 충실하게 쌓아가는 자시만의 세계를 따듯하게 만날 수 있다.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같은 반 소녀, 숲 속의 비밀 아지트, 아무도 모르지만 자신은 뿌듯해하는 멋진 경험들. 그리고 그 소년은 죽음을 향해 호수로 걸어 들어가는 좀머씨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지켜본다. 그리고 이 시선 속에서 좀머씨의 고독한 죽음은 사회적 판단의 의미를 상실한다.
나에게 이 소설은 개인적 삶의 따뜻함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끔은 좀머씨가 도망가려고 했던 지난 삶의 잔여물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거리에서 만나는 정신나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소통도 불가능하지만, 그들의 삶은 완전히 타자의 언어와 지난 시간의 경험에 지배되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타자와 대화할 수 없다. 나는 어쩌면 좀머씨가 미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끝없이 공격해오는 지난 시간의 잔여물로부터 도망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 삶의 자유는 소년이 경험하는 것처럼 따뜻하기도 하지만, 좀머씨가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야 했던 길처럼 어둡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는 타인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우리는 어른들의 판단과 명령에도 불구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는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폭력정인 정치가 가정 사적인 개인들의 삶까지도 지배하려 했었던 역사를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의 잔소리에 귀를 막고 혼자 있을 공간을 찾던 아이와, 전제적 권력의 시선을 피해 은밀히 무엇인가를 하던 사람들의 자유는 이제 사라졌다. 
오늘 날 사이비 심리학자,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종교인, 스스로 매체가 아닌 세계 그 자체가 되기를 선택한 언론 그리고 인터넷의 쿨함은 각 개인이 가진 어두우면서도 따뜻한 은밀한 영역을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시키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무차별적인 타자의 시선 앞에 자신이 가진 외로움의 자유를 헌납했다. 아이의 모든 질문에 대답해주는, 혹은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이 가장 좋은 어른은 아닐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나쁜 신이 있다면, 모든 기도에 응답하는 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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