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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딴나라 안티조선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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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아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5-10-07 21:43 조회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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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그런 사연...
그런건 뭐 특별한게 없을지도 모른다.
나의 사연이니 그냥 한번 들어 보고 이런사람도 있구나 생각하기를 바란다.
 
원래 나는 민정당 또는 민자당 또는 한나라당지지자는 아니였지만,
스스로는 중도 우파를 지향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쩌고 저쩌고하는 386세대중의 하나였더란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뭐 적당히 공부해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그런대로 이름있는 어느 연구소를 직장이라 취직해서 잘 살았더란다. 총각이라 매일 술쳐먹고, 술집가서 여자하고 노래부르고 그래도 월급도 남아 저축도 했더란다.
이러다 하루는 이런 삶에 회의를 느껴 예전부터 들었던 독일이란 나라에 유학이란걸 갈 생각을 했더란다.
독일어라고는 아베체데 알고, 이히 리베 디히 알았던 내가 아는 독일어는
고등학교 당시에 외웠던
 
der des dem den
eine eine 아무것도 eine......(이거 부산말입니다)
 
정도 였더라.
 
뭐 몇개월을 독일어 배웠는데, IMF가 터지더라. 그래도 그 비싼 괴테에서 공부했더라.
그런 당시에 헬무트 콜이 선거에서 져서 슈레더라는 '좌파당'에서 정권을 잡았다더라.
좌파? 이거 빨갱이 아니가?
이 거 나라 잘못왔네. 빨갱이 나라에서 있다가 북한에 끌려 가는거 아니가?
안그래도 동백림사건이라고 들었는데, 예전에 독일에 간첩이 많았다던데...
유학 초짜는 혼자 그렇게 고민이 참 많았더라.
 
IMF당시 한국을 조롱하든 동정하든 진심으로 걱정하든 독일놈들이 참 밉더라.
당시 CDMA세계 최초 상업화 등등 세계최고 첨단국가 한국을 여기서는
뭔 아프리카 수준보다 조금 나은 상태로 보는게 그렇게 억울하더라.
 
원래는 ...
사회주의 이거 공산주의 비슷한 말아니가?
그러면 슈레더는 공산당 당수 비슷한데 그러면 북한괴뢰 김정일이하고 뭐가 다르노?
때려잡자 공산당 해야하는데 이거 참 큰일이네...
그랬더라.
당시는 독어가 서툴러 영어로 읽고 세상을 바라봤는데,
독어가 늘 수록 세상이 달라 보이더라.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더라.
특히 우파의 첨단 신문이 BILD라는 사실이 놀랍더라.
 
시간이 지나자 사회민주당이 다르게 보이더라.
가끔 지랄하는 네오나치들이 극우파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이 우익, 우파란게 지랄하는 경우도 많구나는 생각이 들더라.
우파 좌파라는게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구나 생각이 들더라.
그건 '거의 세계최고'였던 한국이 다른나라에서는 아프리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인 것과 비슷하더라.
한국에서 보는 한국과 외국에서 보는 한국이 다르듯이
한국에서 생각했던 좌파-우파가 사실과는 다르더라.
 
이걸 깨달으니 독일의 슈레더가 빨갱이가 아니라 보통 사람으로 보이고,
사민당이 괴뢰공산당이 아니더라.
 
그래도 당시에는 유학선배들이 약간 현실성없는 좌파로 보이더라.
한국 떠난지 오래여서 현실감이 없다거나,
한국에서 이름없는 대학 나온 자격지심이라거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 너무 세상을 모른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러난 사이 공부를 하고, 결혼도 하고 하니
기민당보다는 사민당이 훨씬 인간적인 정당인 걸 알겠더라.
요즘에는 메르켈 얼굴만 봐도 그날 기분이 나쁘더라.
 
그러는 사이,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봤더라.
그런데 딴라라당은 그대로 그 오랜 세월 전에 외치던 딴나라 소리를 하더라.
이상한 건 그 지식인의 신문인 조선일보가 그 거짓말을 오히려 주동하더라.
너무 놀랍더라. 한국최고 지성인의 신문이 거짓말을 주동하다니...
 
세월이 지났더라.
가끔 한국관련 베리들을 보면 지난날의 내가 많이 보이더라.
세계최고 인터넷국가, 첨단의 국가를 못알아 봄을 한탄하는 글이 많이 보이더라.
그 한탄의 매뉴가 CDMA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더라.
 
경쟁만이 살길이며,
경쟁에서 뒤지는 자는 죽어야 하며,
국토 개발해서 부강국가 만들고....
싼 쓸어 밀고 다시 개발해서 첨단 산업단지 만들고...
이런 독일놈들은 환경 지랄해서 발전에 한계가 있다니까...
이런 글들을 환신에 차서 쓰는 사람이 있더라.
 
그러나 내가 오랫만에 한국가면 느끼는 것이
인터넷 좀 느려도 좋지만,
길거리 매연이 줄었으면 좋겠고,
자동차들이 위협적으로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길이 넓었으면 좋겠고,
좀 더 걸어도 좋으니 자동차없는 길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차들의 소음이 반만이라도 줄었으면 좋겠고,
금방중어가는 가로수가 아니라 잎이 살아 있는 가로수가 더 있었으면 좋겠고...
...
소원이 너무너무 많더라.
 
그러나 한국에서 전봇대 없애는 돈이
인터넷 100배 늘리는 돈보다 훨씬 많이 들고,
길에 가로수 심고 가꾸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허접해 보이는 일들의 비용이
최첨단 과학, 광통신 그런것의 비용의 수십배더라.
 
물론 독일에서 불편이 많다.
아직도 이인간들은 서비스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상점 직원이 그런데, 공무원은 어떻겠는가? 나치수준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많더라.
 
처음에는 음식점에서 그냥 확 통일하면 될텐데 지루하게 묻고 또 묻는게 지겹더라.
그러나 이제는 이 복잡한게 귀챦지만 "짜장면으로 통일"보다는 좋더라.
 
세금도 복잡하고, 서류도 많지만,
미국-강남-서울대가 아니면 사람취급 못받는 한국보다는
미국 아니어도 좋고, 시골이어도 살만하고, 대학 안가도 잘 사는 독일이 더 좋더라.
 
실업자가 무수히 많아도 국민소득 한국보다 훠씬 높은 독일이 더 살기 좋고,
세계최고, 수출강국 외치지 않아도
세계 최고수출국인 독일이 더 좋더라.
 
최고지성-강남-미국-서울대가 아니면 취급하기 꺼려하는  조선일보보다는
찌라시 수준의 한겨레가 더 읽을 게 많더라.
요즘 노동당이 생기는 한국이 좋지만, 딴나라가 아직도 존재하는게 싫더라.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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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동철님의 댓글

서동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오타를 한 군데서 봅니다. 중간 쪼께 지나
"환신"이라 쓰셨는데 '확신'이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혹시 정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환장한 신념'이란 뜻의 '환심'이라,
......
말이 되네요.^^*
반갑습니다.


D.960님의 댓글

D.960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사실 제가 수구꼴통이었습니다. --;;
그것도 아주 지독한... (참 부끄럽네...)
그런데 군대라는 곳을 가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저도 참 무식한 놈인게, 직접 당해보고 나서야 우파적 사고의 논리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를 깨달았으니까요. 똑똑한 사람들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도 잘 알던데...

각설하고, 한국의 우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뭐가 뭔지를 구분을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그분들 한테는

좌파=공산주의=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김일성=스탈린=빌리 브란트=헬무트 슈미트=고교 평준화=빨갱이=6.25=숙청=사회복지정책 등등... <--- 전부 다 그게 그겁니다. --;;

한국은 하도 군발이 문화에 물들어 있어서 하나 아니면 전부라,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있으면 찬찬히 살펴보고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건 버리는 선별적 수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못하니까 문젭니다. 일단은 무슨 구분을 할 수 있어야 선별을 하든지 할텐데, 애초에 구분 자체를 못하니... 사실 이런 걸 구분하려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라는 걸 용납하지 않았죠.

전 공부하는 분야가 독일이 꽉 잡고 있는 쪽이라 독일 오긴 했는데, 딴나라당을 비롯한 한국의 우파들이 Hundklang하는 게 지겨워서 온 것도 있습니다. 한국에 있으면 그 Hundklang을 듣기 싫어도 듣게 되니까 이건 도저히 제명에 못죽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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