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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XX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103회 작성일 14-04-12 17:50

본문

댓글로 달려다가 논점을 흐리는 것 같아 이렇게 글 올립니다.
욕설에 대한 얘기인데, 안 하는 게 좋죠. 해서 득되는 경우 없다고 봐도 좋거든요.
저도 폭력적인 것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김규항의 '개새끼들'이란 글은 참 좋았습니다. 욕설을 하려면 이정도의 통찰력과 설득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이는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낫죠^^



출처:http://gyuhang.net/27?TSSESSIONgyuhangnet=13a8bd27298b39e86409746c2abc994b



개새끼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자 아버지가 분주해졌다. 하루는 아버지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OO본부 행정병으로 가는 건데, 그런 데 가면 책도 볼 수 있고 좋지 않으냐.”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는 당신 아들 됨됨이와 당신이 삼십 년 동안 체험한 군대가 빚어낼 부조화에 대해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걱정해온 터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모병 쪽에 있던 아버지 동기가 약간의 배려를 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청을 물리칠 수 없었고 그날 밤 종이를 채우기로 했다. 김-규-항-6-2-1-1-2... 워낙에 악필이라 글자 하나에 1분 정도를 들여 ‘그려나가던’ 나는 이내 짜증에 휩싸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나 때문에 원래 그 부대 운이 닿았던 한 녀석이 전방에 가서 뺑이 칠 거라는 데 생각이 이르자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종이를 찢어 휴지통에 던졌다. “아버지 저 그냥 갈게요.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대 당일 나는 가족들을 대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친구 녀석들에게 입대 날짜를 알리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논산에 내려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들어섰다. 의연하고 의젓하게, 하여튼 갖은 폼은 다 잡으며 입대했건만 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67년 생부터 거슬러 시작한 나이 파악은 65년생에서 제일 많았고 63년생 땐 아무도 없었다. 파악을 마쳤다고 생각한 조교는 내무반을 나갔다. 조교가 다시 돌아온 것은 5분이 채 못 되어서였다. 다짜고짜 짠밥통을 걷어찬 조교가 소리쳤다. “손 안 든 새끼 나와.” 더럭 겁이 난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너 이 새끼 왜 손 안 들었어.” “62년생입니다.” 와 하고 폭소가 터졌다. 머쓱해진 조교는 나가버렸지만 그 요란한 웃음소리는 내 머리통 속에 아득한 공명을 일으키며 후회와 절망감으로 변해갔다.

그 광경을 본 건 상병 때였다. 휴가 길에 나는 화곡동 국군통합병원에 들렀다. 중대 이병 하나가 트럭 바퀴에 머리통이 끼는 사고를 당해 입원해 있었다. 귤봉지를 들고 정형외과 병동을 찾았을 때, 내가 찾은 녀석 건너편 침상에 유난히 체구가 큰 사병 하나가 눈을 감은 채 울고 있었다. 침상 옆엔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아들 손에 고개를 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사병의 몸엔 담요가 덮여 있었지만 나는 이내 그의 다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자의 끝 모를 절망과 비통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군대 가서 사람된다느니 사내다워진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저 농담이다. 사람이 되는 게 권위에 무작정 복종하는 일이고 사내다워지는 게 힘없는 사람에게 일수록 불량스러워지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군대도 군대 나름이겠지만 이 나라의 평범한 아들들이 가는 군대란 언제나 고되고 삭막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며 아차 하면 병신 되거나 죽는 곳이며 도무지 배울 게 없는 곳이다. 돈을 먹여서 군대를 빠지는 일이 끔찍한 죄인 건 단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지 않거나 남 하는 고생을 피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대신 군대에 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님 아들 빠진 자리를 머슴 아들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민사회에서 말이다. 군대란 안 갈수록 이익인 곳임에 분명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그저 눈 딱 감고 3년 썩어줄 필요가 있다. 어쩔 것인가. 후진 나라에 태어난 것도 죄라면 죄 아닌가.

제 자식 대신 남의 자식 군대 보내는 더러운 아버지들, 그리고 이제 스물 몇 살의 나이에 그런 악취 나는 거래에 제 몸을 내 맞긴 음탕한 아들들. 그들에게 성질 나쁜 아들 군대 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버지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 꼭 들려줄 말이 있다. 개새끼들.

| 씨네21 1999년_5월
추천12

댓글목록

anpigone님의 댓글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인 "개새끼"는 당연히 욕이지만요,  실제로 개의 새끼들이 얼마나 이쁜데!!! 그에 비추어 위에 개새끼라고 욕 먹어도 마땅한 자들에게는 "개새끼"는  사실 얼토당토않는 애칭입니다.

  • 추천 1

gomdanji님의 댓글

gomdanji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개인적으로 한국 말로 가장 쌍욕으로 사용하는 말이 '개새끼'입니다. 정말 기가차고 맥이차고 할 때 쓰는 말입니다. 보통 때 적당히 열 받았을 때는 '개자식'입니다. ㅎ
xx 님의 개새끼 제목과 내용을 읽다보니 좀 다른 맥락이지만 웬지 옛날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여기 몇 자 적어봅니다.
당시 이미 대학에 대학 담당 정보요원이나 경찰이 이미 자유롭게 드나들 던 시절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조금 정치적인 행동을 한다는 학생들은 대학 내에서도 감시를 받곤 하였죠. ㅎ
그 때 자주 '개새끼'란 말이 무의식적으로 제게서 튀어 나오곤 했죠.
한 번은 대학 내에서 집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사회를 보았고 집회가 끝나고 그 강당에서 나오자 마자
이미 제 옆에 두 명의 정보요원이 서서는 같이 걸어 내려가면서 저를 체포하려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을 기다리며 같이 걸어나오게 된 상황에 딱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보는데 마침 저의 과 교수님이  옆에 계셔서 그 선생님 팔짱을 끼고 선생님, 저 잡혀 갈 것 같으니 제가 일단 학교를 나서서 집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때까지 동행부탁합니다라고 했고 선생님도 긴장하셨지만 끝까지 지켜주시려고 같이 걸어 나오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교문의 수위실에서 대학지역 경찰서의 경찰서장이 튀어 나오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제 이름을 부르면서 거기 서라고 하면서 동시에 저의 선생님의 권위는 완전히 구겨진채 저의 선생님에게 당장 그 아이 손을 놓으라고, 아니면 당신도 문제있다고 하면서 돼지 멱따는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는 거였죠 -하여간 이 경찰서장의 목소리는 당시 유명했었어요. 뭔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는가 하는 ㅎ-. 선생님도 아연질색하시면서도 너무 놀라 제 손을 놓는 순간 저는 그 옆의 두 명에게 일종의 체포가 되어 당시 그래도 다행히 다른 곳이 아니라 그 지역 담당경찰서에 잡혀가긴 했지만, 그 날 밤새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그래도 대학에서도 -교무처장- 저를 위해 같이 와서 경찰서에 미안하다고 해 가면서, 마지막에는 부모님이 오셔서 손도장,발도장 찍고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긴 했죠.

그 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 속으로는 계속 개새끼를 외치면서 - 하여간 누가 그 말을 저에게 전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경찰서장이 그 시간 이 후에 과로로 혈압이 올라 사망했다는 거에요.
그 순간 저의 감정은 희비가 엇갈렸죠. 사람이 죽었다는데 기뻐할 수는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 . 그래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ㅎ

  • 추천 1

솔져님의 댓글

솔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개새끼들도 문제지만 3년동안 고생한 남의 아들들의 삶이 소중한줄 모르고
푸대접하는 또 다른 개새끼들도 참 많은것 같습니다.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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