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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질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061회 작성일 14-09-17 12:20

본문

오래 전에 혼자 낙서처럼 끄적여 본 것입니다. 여기 테마에 다소 동일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 것 같아서 올려봐요. (혹시나 철학적- 지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서...)


과거에 독일에서는 슈퍼마켓이 평일 저녁 6시면 모조리 문을 닫아버린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래도 주로 8시까지는 영업을 하고, 어떤 곳은 밤 10시까지 열기도 하니까 직장 다니는 사람들에겐 숨통이 훨씬 더 트이는 상황이다. 당시 저녁 5-6시면 퇴근한 후 헐레벌떡 시장보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그때 그들은 연금자들에 대해 흔히들 클레임 하였다. 하루종일 시간이 널널하면서 왜 하필이면 모두 다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그 시간에 시장보러와서는 답답하게 꾸물거리느냐는 것. 직장다니는 사람들치고 그런 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후다닥 시장보고 빨리빨리 집에 가야 하는데 이 노인들이 글쎄 Kasse에서 달달 떨리는 손으로, 나쁜 시력 탓에 잘 보이지 않는 동전을 느릿느릿 꾸물꾸물 세고 있다!! 바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게 심술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 그런 현상에 대해 어떤 심리학자가 신문에 쓰기를, 연금자들도 그런 "스트레스 받는 사회"안에 일부분이 되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널널한 오전 보담은 그런 바쁜 시간에 아무리 구박받더래도 "함께" 죽어라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그렇다. 대부분 우리는 홀로 사막을 걷는 고독보담은 수많은 인파에 묻혀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세포가 될 때 훨씬 더 아늑함을 느낀다. 어떤 단체에 멤버가 되는 건 보호받는 느낌과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그것을 얻기 위해 단체가 요구하는 룰을 순순히 따르고 단체가 나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제한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단체는 개인으로부터 일종의 uniformity를 요구한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모션으로 구호를 외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발을 맞추어 행군을 해야한다.  그 커다란 단체의 보이지 않는 세포가 되어, 그 안에서 나 자신이 투명인간처럼 녹아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사실에 안도감을 받는다. 더 이상 나는 고독하지 않다!

그런데 고독 외에도 또 한가지가 있다. 그건 "선택의 자유"와 그 자유가 요구하는 무시무시한 "책임감"으로부터 나 자신이 해방된다는 것. 아무리 내가 그 단체 안에서 함께 결정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나 홀로 지는게 아니다. 또한 단체가 내놓는 선택의 옵션도 매우 선명하고 한정적인 성격일 것이므로  나는 괴로운 선택의 자유로움에서 풀려나올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세상은 우리가 한없이 자유롭다는 환상을 가져다 준다. 이케아에서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여러 부품을 사들여 내 취향에 맞게 조립하면 마치 내가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창조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 종교나 왕의 단순하고 직접적인 명령은 없어지고 이제 그 자리에 무수한 상품들이 들어서서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라고 부추기고 유혹한다: 이것을 살 수 있는 자유. 저것을 안사도 되는 자유. 노란색 아닌 빨간색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런데 이 모든게 자유라기보담은 자유라는 상품의 컨셉트인거 같다. 다들 감옥에 갇혀 살면서 그 감옥에서 "자유롭다"는 환상을 주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런데 나는 솔직히 자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도대체 뭐에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그 자유를 진정 원하는지 마저도 잘 모르겠다. 나는 단체에 대한 그리움과 그것이 요구하는 uniformity에 대한 두려움 및 혐오를 동시에 품은 채 항상 그것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어디에 소속하는건 싫다. 개인의 반대말은 단체가 아니라 Uniformity 인거 같다. 나는 단체는 그리웁지만 똑같은 발자욱으로 행군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한마음 한뜻으로 행군하는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지지는 못한 채 항상 그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내심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다가갔다가 행여 그들이 나에게 한발자욱 다가오면 금새 도망갔다가... 마치 어떤 월츠를 추듯이 몇 발자욱 앞으로, 몇 발자욱 뒤로 재빨리 왔다갔다 해대니까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러워 "능동적이다" 라는 인상? 어쩌면 내 삶의 주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겠지만 사실은 나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며 한발자욱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공간은 실제로 오로지 그것 뿐이여서 그저 앞 뒤로 몇 발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자꾸 움직여야만 "그나마 자유롭다"라는 착각에 계속 빠질 수 있으니까.

혁명도 개인이 단체로 숨는 행위, 녹아드는 행위이다. 나는 혁명을 꿈꾼다. 더 이상 이 지구 한편에서는 음식을 대량으로 내다버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란히 있는 현상이 하루빨리 없어지기를 원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소망도 착해서라기보담은 나를 신경쓰게 만들고 구찮게 하니까 그런거 같고........도대체 단체가 싫다는 사람이 무슨 혁명을 감히 꿈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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