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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ㆍ간호사에 관한 말, 말,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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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aura11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477회 작성일 15-02-08 11:05

본문

한국에 헛소문이 많이 떠도는 거같네요.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독일 교포신문에 홍종철님이 기고하신 글 퍼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파독 광부ㆍ간호사에 관한 말, 말, 거짓말들(1) -홍종철 (제1차 파독광부)
 
 
 
 
금년은 한국광부가 파독된 지 반백년이 되는 해이다. 혈기왕성했던 20대의 한창 나이에 독일에 와서 청춘을 불사르고 이들은 이제 80을 눈앞에 둔 백발노인들이 되었다.

1960년대, 우리나라가 그 지독한 가난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한국 인력의 해외진출을 꾀하였고 그 일환으로 광부ㆍ간호사들이 파독되었다. 이들은 그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젊음이라는 밑천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미지의 세계에 도전했던 것이다. 개발연대에 외화획득을 위하여 파독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은 국내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들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깔려 있다. '조국의 일꾼', '민족중흥의 산업전사'라고 극구 찬양하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이국땅에서 못할 일이라도 한 것처럼 동정하는 듯 하는 어투로 폄하하는 사례도 많다.

우리가 무슨 징용(徵用)으로 독일에 와서 혹사나 착취를 당한 것처럼 매도하는 글도 있다. 물론 이것이 사실에 입각한 기술(記述)이요 주장(主張)이라면 더 이상 시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들 중에는 엉터리 이론과 황당무계한 거짓말들이 버젓이 인터넷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데에 그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이 글의 저자들이 한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라는 데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실례(實例)를 들어보자.

"한국정부가 서독으로부터 제공받은 차관(借款)은 광부·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문화인의 양식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망언이요, 엉터리 주장이다.

독일에서 임금담보(Lohnpfändung)란 한 근로자가 자기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원의 결정으로 임금에서 그의 최소한의 생활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채권자(Gläubiger)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강제집행 (Zwangsvollstreckung)으로서 극히 제한되어 있다. 예컨대 개인적인 채무를 변제하지 않거나, 이혼한 남자가 전부인에 대한 부양의무(Unterhaltspflicht)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행하여지는 임금담보(차압)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한 국가의 채무를 개인인 광부·간호사들이 책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임금이 담보로 잡혔다면 담보권자(擔保權者)는 독일임으로 그 임금은 독일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광부·간호사들이 생활비를 아껴가며 고국의 가족에게 열심히 송금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것이 고국의 경제발전에 종자돈이 되었다고 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임금을 담보로 차관을 얻었다니, 이런 모순된 이론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임금담보설은 독일정부에 대한 모독행위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가장 잘 실천하는 나라로서 인권(人權 : Menschenrechte)과 사유권(私有權 : Privatbesitzrechte)이 절대로 보장되어 있어서 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한 국가에 차관을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독일인들이 법에도 없는 이런 야만적이고도 전근대적인 행동을 하겠는가 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하여 한국의 한 공공기관이 독일당국에 조회까지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하니 이는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1964년 12월 8일, 서독을 방문 중인 박정희 대통령 일행은 뤼브케 서독대통령의 안내로 루르지방 탄광지대의 한 공회당에 도착했다. 탄광 막장 현장에서 막 나온 500여명의 광부들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부들의 얼굴은 석탄이 묻어 새까맣고 작업복은 흙투성이 그대로였다"

박정희 대통령 일행이 루르 탄광지대로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을 격려차 방문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통하여서도 증명이 되고도 남는다. 여기에는 한국 간호사들이 고운 한복차림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고 광부들도 모두 넥타이를 똑바로 맨 정장차림이 보인다. 그런데 얼굴과 작업복이 석탄이 묻어 흙투성이라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우리 한국인 광부들은 김포공항에서 서독행 비행기에 오를 때에 벌써 모두 정장에 카메라 까지 둘러 멘 젠틀맨들이었다. 당시 신문들도 "외국으로 가는 노동자가 아니라 여행객 같다"고 하면서 '신사광부(紳士鑛夫)'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었다. 비록 광부이지만 이들은 최소한도 신사복 한 벌 쯤은 다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고국에서 온 대통령을 맞이하러 공회당에 오는 사람들이 목욕도 하지 않고 석탄가루로 새까매진 얼굴에 작업복차림으로 나타나겠는가?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많은 광부ㆍ간호사들이 아직도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고 기억력도 아직 총총한데, 이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값싼 거짓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아우토반의 차속에서 눈물을 멈추려고 애쓰는 박대통령의 모습을 본 옆자리의 뤼브케 대통령은 '각하, 울지 마십시오. 우리가 돕겠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자기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박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인정소설(人情小說)의 한 토막 같은 감상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이것도 어처구니없는 허구이다. 왜냐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탄광촌을 방문했을 때 뤼브케 대통령은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는 외교 의전(儀典:Protokoll)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대통령의 광산방문일정표에도 뤼브케 대통령이 동행했다는 기록이 없다.

박대통령이 서독을 공식 방문했을 때 뤼브케 대통령은 Köln-Bonn 공항에 나가 일행을 영접하고 수도인 Bonn에서 리셉션, 만찬, 정상회담 등 공식행사 때에만 자리를 같이 했다. 그 다음 박 대통령의 일정(루르 탄광지대, 서베를린, 뮌헨 방문 등)에는 의장실장(Protokollchef)등 만을 수행 시켰다.

이것도 동영상을 통하여 확인되는 일이며, 박대통령이 탄광촌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 있었던 많은 파독광부들이 아직도 엄연히 생존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떠돌아다니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눈물'도, '뤼브케 대통령의 손수건'도 전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연설을 계속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육여사도 울면서 간호사들을 하나하나 안아 주었다. 광부들은 뤼브케 대통령 앞에서 울면서 큰절을 하며 '한국을 도와주세요.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를 반복했다. 뤼브케 대통령도 울고 있었다"

당시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육영수 여사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속으로는 울었을지언정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 같은 것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디서도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뤼브케 대통령에게 광부들이 큰절을 하고 그도 눈물을 흘렸다니, 이 무슨 유치하고도 해괴망측한 표현인가?

 

"박대통령은 에어하르트 서독 수상과 한국의 경제협력에 관한 회담을 하면서 '각하, 경제건설을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돈 좀 빌려주세요. 그 돈은 꼭 갚겠습니다. 우리 군인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라고 울면서 애걸하였다"

박대통령은 서독 방문에서 1억5천9백만 마르크의 차관을 얻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돈을 빌리기 위하여 울면서 애걸하였다'거나 '돈은 꼭 갚겠다. 군인은 거짓말을 안 한다'라는 대목은 하도 유치하여서 소름까지 끼친다. 일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정말 그렇게 초라하고도 비굴한 언행을 했을까? 그리고 '군인은 거짓말을 안 한다' 라니, 엄연히 대통령 자격으로 서독을 방문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군인이라고 표현했을까 말이다.

 

"5ㆍ16혁명직후 미국은 혁명정부를 인정하지 않았고 주던 원조도 중단하였다. 그래서 박정희 소장은 케네디를 만나기 위하여 태평양을 건너 백악관을 찾았지만 케네디는 끝내 박정희를 만나주지 않았다. 호텔에 돌아와 빈손으로 귀국하려고 짐을 싸면서 박정희와 수행원들은 서러워서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박정희는 돈을 빌리려 광부ㆍ간호사들이 있는 서독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의 자료에서 분명히 알 수 있거니와 1961년 11월 12일-22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박정희는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가졌고,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모든 경제원조 확인을 받고 한국군 월남파병 문제를 논의하였다.

이 때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와 케네디가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 사진이 인터넷에도 수 없이 깔려있다. 또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생존해 있다.

그런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망발인가? '박정희와 수행원들이 서러워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라니 이 무슨 신파연극의 각본 같은 서술인가?

 

"파독 간호사들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백인들의 시체를 하루 종일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닦고 또 닦았다"
 
 

간호사들이 독일병원에서 시체를 닦는 등 허드렛일을 했다는 진술은 인터넷에 수 없이 깔려있다. 표현도 다양하여 '시체를 닦았다'가 '3년 동안 시체만 닦았다'로 과장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공통점은 '파독 간호사들이 간호사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허드렛일만 하는 불쌍하고도 가련한 존재'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간호사들이 파독 초에 허드렛일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병원은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중요한 곳이다. 그러므로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협동심이 높고 의사소통이 잘 되어 환자치료에 만전을 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간호사들이 독일어를 못하여 의사의 지시를 따를 수 없어 협동이 잘 안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우선 허드렛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의사소통이 될 때 까지 말이다.

중환자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시체 닦는 일을 허드렛일이라고 규정짓는 것도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이다. 또 '백인들의 시체'라고 강조하는 것도 거부감을 일으킨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죽음도 인생의 한 과정이다. 병원에서 환자가 죽으면 시체를 깨끗하게 닦고, 머리를 곱게 빗기고, 두 손을 깎지 끼워 가슴에 올려놓고, 옷을 입히거나 보로 덮어서 장의사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영안실에 안치해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길에 품위를 잃지 않도록 산 사람들이 그렇게 해 주는 것이다. 참으로 성스럽다. 그런데 이것이 허드렛일인가?

또 이것이 간호사의 업무가 아니라면 누가해야 하는가? 의사들이 시체를 닦아야 하는가? 아니면 청소부들이 해야 하는가?

 

"한국 간호사들은 대학교육까지 받았는데 독일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

한국 간호사들이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논거는 많은 간호사들이 한국에서 대학교육까지 받은 고등인력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독일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급여에 차별을 두는 일은 없음으로, 불만이 있었다면 일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간호사라는 직종에 대하여 좀 구체적으로 설명 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는 '이원직업교육제도(二元職業敎育制度 : Duales Berufsausbildungssystem)'라는 것이 있어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중학과정인 주학교(Haupschule, 총9년교육)나 실과학교(Realschule, 총10년교육)을 마치고 이 직업학교에 진학하여 직종에 따라 2-3년간 특정직업을 위한 전문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1주일에 2일은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을, 3일은 직장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2-3년 후에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러니까 이 직업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것이다. 간호사도 바로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직종이다. 그러니까 간호사는 대학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 간호사들이 대학교육까지 받은 고급인력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상상했을 것이며 이것이 여의찮으니까 불만이 터졌을 것이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우리가 고작 시체 닦는 일을 해야 하다니 이것은 차별대우이다' 라는 불만 말이다.(다음호에 계속됩니다)
 
 
독일어로 직업을 Beruf 라고 하는데 이는 berufen(신의 불림을 받다)이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실 독일인들은 자기의 직업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평생을 그 직업에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원직업교육제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하튼 독일인들은 자기의 직업을 사랑한다. 우리 한국인들이 정말 배워야 할 점이이라고 생각한다.

 

- "동베를린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반정부인사(Regimekritiker)들을 탄압하기 위한 조작극이었다"

 

동베를린사건도 광부ㆍ간호사와 불가분의 관련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도 이 사건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음으로 양으로 피해를 당했기 때문이다.

1967년 7월 8일,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는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반정부 간첩사건'을 발표하였다.

독일(당시 서독)에 거주하는 유학생, 예술인 기타 지식인들이 동독주재 북한대사관을 왕래하면서 이적행위(利敵行爲)를 했고 일부는 평양을 방문해 밀봉교육과 거금의 공작금을 받아 간첩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1960-1970년대는 냉전시대(Die Zeit des Kaltenkrieges)로서 동서양대진영은 경쟁적으로 군비확장에 혈안이 되어 언제 제3차세계대전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였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남북 간에도 이념상의 대립이 치열하던 때였다. 대북(對北) 포용정책도 햇볕정책도 없었고 한반도에는 살벌한 전운(戰雲)만이 감돌던 시대였다.

이런 급박한 상황 하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한국인들이 적국인 북한 공작원들에게 포섭되어 평양을 왕래하며 밀봉교육과 공작금을 받고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당시의 실정법(實定法)을 어긴 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파독 광부ㆍ간호사들은 출국 전에 소양교육을(素養敎育)을 받으면서 국법을 준수하고 반국가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보증서에 서명을 하였다.

유학생이나 다른 지식인들도 다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기 자신이 서명한 사실에 배치되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양심도 없는 파렴치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왕래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나는 민족주의자로서 북한도 나의 조국이다" 라는 논리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한국인들은 전부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고 서독에 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들의 조국은 대한민국이지 절대로 적국인 북한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중앙정보부가 수사과정에서 유럽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거주국 몰래 납치해 왔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지탄 받아 마땅한 일이였다. 또 사건을 너무 확대시키는 바람에 무고한 인사들 까지 연루되어 생고생을 한 분들도 있다.

우리 파독간호사의 대부라 불리는 이수길 박사가 그 예인데, 이 분도 당시 유학생으로서 관련자들과 교류를 한 것이 빌미가 되어 억울하게 희생된 케이스이다.

광부ㆍ간호사들은 중노동의 고생은 있었지만 그래도 기숙사 제공에다 돈벌이를 하는 근로자들이니 숙식(宿食)문제에는 하등의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수입원(收入源)이 없음으로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하다못해 식당 접사라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노동허가(Arbeitserlaubnis)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으로 유학생들의 고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유학생들은 노동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유학생으로 왔으니 공부만 하라는 것이었다.

북한 당국은 바로 이 약점을 이용, 유학생포섭작전을 편 것이다. 유학생들은 이들의 접근공세에 쉽게 말려들어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융숭한 식사대접 받고 돈까지 주는데 누가 이를 싫다할 것인가? 일부 유학생과 예술인들이 평양까지 수차 방문하여 특수지령과 공작금을 받은 사실은 본인들의 진술을 통하여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사상(思想)이나 신념(信念)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돈 때문에 북한을 섬기는 돌팔이 공산주의자들인 것이다.

이들이 받은 지령은 무엇인가?

'북한 찬양하기', '반정부 데모', '박정희 독재정권 타도', '광부ㆍ간호사 포섭' 등이었다.

당시 반정부인사들의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규탄 발언이나 데모 등은 한인교회 안에서 또 밖에서 수없이 일어났다. 유학생들은 광산 기숙사에 까지 들어와 친북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기숙사에는 북한발 불온책자들이 뒹굴어 다녔다.

그러나 이들의 강령(綱領)은 모순투성이였다. 당시 독재를 하는 것은 남한보다 북한이 더 악랄하고 혹독한데 이들은 남한의 독재정권은 규탄하면서 북한의 일인독재는 또 찬양하는 엉터리 논리를 폈기 때문이다. 한국인 광부들이 광산기업주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것도 반정부운동을 한다고 너무 정치적으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광부ㆍ간호사은 이들의 포섭에 말려 들어가 용돈 좀 받아먹고 심부름하다가 정보부에 잡혀가 죽을 고생을 하였으니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 맺음말

광부ㆍ간호사에 관한 거짓말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그리고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유치한 짓들을 하는가?

이것은 '박정희 우상화'를 추구하는 보수세력과 '박정희 폄훼'를 시도하는 진보세력이 각기 자기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논쟁을 벌이면서 생산된 복합적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거짓말들은 세월이 지나고 자꾸 구전(口傳)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와 같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와중에서 우리 선량한 광부ㆍ간호사들은 때로는 '경제개발의 산업전사'로 칭찬 받기도 하고 때로는 '허드렛일을 하는 가련한 존재'로 전락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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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esar님의 댓글

Caesa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 보니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보이네요, 각 주장에 적절한 근거를 배치하신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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