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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일기·수필·문학 - 유학 일기 외에 사는 이야기 혹은 직접 쓴 시와 소설을 게재하는 곳입니다.

사는얘기 라이프칙에서 생긴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369회 작성일 15-06-16 17:06

본문

저도 불과 2주전의 일인데 라이프칙에 출장갔다가 괴상한 일을 당했습니다.
하루는 저녁때 과일이 먹고 싶고 몇가지 필요한게 있어서 호텔 앞의 조그만 슈퍼마켓에 갔어요. 물건을 몇가지 사고 돈을 지불했는데 약 48유로가 나오더군요. 헉, 뭐가 이리 비싸지? 내심 이상하다 하면서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제가 산 복숭아가 (6개가 플라스틱에 포장된 유니트) 12개나 산걸로  찍힌거에요. 그건 아마도 점원이 계산대에 1개를 찍으려다 곁에 있는 2자까지 누르는 바람에 12개가 된듯 했습니다. 복숭아 한통을 28유로 넘게 지불한거였어요. 가서 점원에게 말을 했고, 방금 지불한지 1분도 안된데다가 제가 아무 가방도 없이 간거여서 그는 즉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고 이건 아무 문제없이 조용히 끝날 일이였어요. 저는 애초부터 12개가 찍힌 실수에 대해 아무 문제 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건, 지불하려고 줄 서있다가 제가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기다리게 된, 한 50대로 보이는 뚱보아줌마가 딱 껴들면서였어요. 무슨 아양인지 아첨인지 생글생글 미소로 점원에게 말하기를: "까다로운 고객 (schwieriger Kunde) 대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죠? 나는 당신의 입장에 서고 싶지 않네요".

헤??? 뭔말? 여러분에게는 이게 어떻게 들리나요?

사람을 병신 만들어도 유분수지, 기분이 몹시 나빠진 저는 그녀에게 말했어요. "그러게 말에요. 아마 당신같은 고객이라면 복숭아 한통에 28유로를 기꺼이 지불하고 미소짓고 떠났을텐데!... 아니, 우리 이렇게 하죠. 당신같은 좋은 고객이 내 돈을 돌려주세요. 그럼 나는 없었던 일로 조용히 나갈테니까"

그러자 이 아줌마가 얼굴이 붉어졌고 저에게 갑자기 부드러운 어조로 "클레임한거 다 잘 처리되고 있잖아요~" 하면서 꽁무니를 빼고... 점원은 10대로 보이는, 아직 소년티를 벗지 않은 청년이였는데 아마도 아우스빌둥 엊그제 끝난 사람같았어요- 우리 둘의 대화(?)에 민망해가지고 얼굴이 완전히 토마토가 되었고 너무너무 당황해가지고는 실수를 연속 하게 되었네요. 계산대에 Storno를 찍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이제는 28유로가 아니라 56유로가 되어버렸어요. 그걸 또 취소하려고 하는데 자꾸 실수를 하니까 급기야 시스템이 Blocking이 되어가지고 이제 열리지도 않게 되자 곁에 계산중인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랬지요. 동료가 와서 이 계산대를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이 마켓에는 계산대가 딱 두개뿐였는데 둘 다 계산을 안하므로 사람 선 줄은 점점 길어져 갔어요. 그러다가 급기야 고객들로부터 "도대체 이거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클레임이 들려오고...

이 상황에 저는 점점 더 화가 나서 컨트롤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아줌마를 계속 노려보는데 아줌마는 애써 "룰루 랄라" 표정 지으며 모른 척 했지만 그도 내심 부끄럽긴 했었나봐요. 이 청년은 어떻게 해봐도 안되자 결국 지점장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슬슬 다른 계산대로 줄을 옮기기 시작, 제 곁의 아줌마도 기회를 보면서 떠날 준비를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좀 더 참을걸 그랬다.. 반성도 합니다만, 그 순간엔 나 혼자 서서 시간 빼앗기고 "까다로운 고객"답게 벌 서는건지 뭔지...-  이 사람 보면 볼 수록 부아가 치밀고 짜증나는거에요. "성공하셨네요. 당신의 개입덕분에 이제 청년을 voellig aus dem Konzept gebracht...  까다로운 고객? 무슨 버릇없이 그런 말을 하시는지? 당신 일도 아닌데 괜히 뻔뻔하게 껴들고 28유로 대신 내줄 것도 아니면서 감히 까다로운 고객이네 뭐네 평가를 다 하고. 나같은 금발머리는 당신에겐 원래 까다로운 고객인가여? (저는 염색안한 까만 머리임)"

그러자 그 아줌마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면서 "Das hoere ich mir nicht laenger an!" 하더니 바구니를 들고 돌아가서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기 시작. "잘 정돈해놔요. 불쌍한 점원들 괜한 고생 시키지말고!.... 당신 오늘밤엔 심심치 않겠어요 까다로운 고객에 대해 할 얘기도 많고!".  에이 씨~ 어찌나 얄미운지 그녀가 문 닫고 나갈 때까지 퍼부었네요.
한참 후에 지점장인지 누군가가 와서 비번을 누르고 계산대를 열고, 저는 제 돈을 드디어 돌려 받았습니다.

이 세상에 주책인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이 에피소드에서 "외국인"의 소리는 단 한번도 들리지 않았지만 어째 이런 비슷한 일이 구동독쪽에서만 발생하는지.... 저는 이거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추천5

댓글목록

하품마렵다님의 댓글

하품마렵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연이 아니라면 어떤 필연이 있다고 생각하신 다는 말씀인데... 어떤 필연을 염두에 두고 계신 건지 들어보고 싶어요.

또리님의 댓글

또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제게 대놓고 차별 발언을 하는 황당한 경우를 한번 당했는데, 브란덴부르크 캠프장이었어요.
제 생각엔 통일 한국에서 남한과 북한의 외국인 차별을 상상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국인과 섞여 산 경험이 별로 없는 북한 사람일수록, 국력 낮고 피부 검은 이방인을 더 차별하지 않을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출도, 전반적 사회 성숙도(?)와 관련 있겠죠. 외국인(이주 노동자) 차별에 대한 지금 우리의 모습, 반응, 사회적 인식도 10년, 15년 전 우리 모습과 매우 다르듯이요.

spdt351님의 댓글

spdt351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원래 대륙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가난하고 삶의 질, 행복감도 낮아져요. 사람들도 좀 더 난폭한? 듯해요. 일반적으로 문화가 그렇다는거지 차별적으로 생각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좋게 생각하면 더 정이 많은것 같기도? 제느낌상 ㅎ 근데 처음에 따지셨을때 아줌마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거기서 끝내셔두 할말은 다된것 같은데 왜 계속 욕하신지 궁금해요. 뚱보아줌마여서 그런가요?; 약간 외모차별이 느껴지네요.

anpigone님의 댓글의 댓글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처음에 "당신이 그럼 내 돈 물어주면 되겠다" 했을때 아줌마가 매우 무안해 하긴 했어요. 저도 그거 생각하면 좀 미안하기는 합니다.

그 아줌마는 뚱뚱하고 독일 중년의 평범한 모습이였으나 보통 가정주부는 아닌 듯, 짧은 머리 정장차림이 메르켈과 흡사한게 어떤 회사나 가게의 Chefin정도 되는 듯 했고 저를 따돌리고 괜스리 토닥토닥 점원 편들며 위로하는 척, 일종의 나 잘났어~ 허세를 부렸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나중에 가게에 줄 서있는 고객들 얼추 20명이 한숨쉬며 기다리고, 저 역시 스트레스 받고, 마치 내가 정말 까다로운 고객이나 된듯 몰아가는 상황이 그 순간엔 엄청 기분 나쁘더군요.  뭐.. 저도 다소 반성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 아줌마도 앞으로는 상당히 조심할게 분명하니 그닥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추천 4

양지녘님의 댓글의 댓글

양지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주책바가지를 포함한 그 상황을 목격한 모든 구동독 라잎칙 사람들은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행위전에 두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

  • 추천 2

anpigone님의 댓글

anpigo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서베를린 쪽에 성장한 탓에 통일 이후의 몸살을 가장 강하게 겪은 세대입니다. 어릴적 차별을 모르고 밝게 자라다 통일 이후 외국인이라고 동독인들로부터 차별받았던 무수한 사건들은 근본적으로 차별적이 아니며 오픈 마인드를 가졌다고 스스로 믿는 저의 마음에도 여러 흔적을 남겼습니다. 한동안 동독인을 노골적으로 싸잡아 싫어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구동독 바이마르 출신인 절친한 친구가 생기고 나서 많은 부분 평정을 찾게된거 같아요.  친구의 아버지는 목회자였는데 과거 동독시절에 자신의 신앙심 및 양심에 따라 굽히지 않는 언행으로 인하여 감옥까지 가셨던 분으로 아쉽게도 통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친구는 피부가 다소 검은 남아메리카 남자와 결혼했는데, 아버지때문에도 원래 비판적인데다 이제는 남편 때문에 더더욱이 모든 차별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요.. 그 친구랑 동독에 관한 여러 대화를 나누다보면 마음이 나도 모르게 풀어지는걸 느낍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고향에 손가락질 하기도 어려워지고... 동독에 대한 선입견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지요. 그리고 사실상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의식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하기도 했구요.

그러나 아직도 비좁은 우물안의 개구리들처럼 정작 그들이 사는 우물의 악취(Mief)를 모르고 무식하게 차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쪽 마을에 많은건... 아무리 이해심으로 감싸주며 감춘다 할지라도 비죽비죽 불거져나오는 현실 아닌가요?

florenagut님의 댓글

florenagu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독일 5개 도시를 살며 동독에서만 2년 넘게 거주한 사람입니다. 동독이라는 특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보려 하지 않지만 자꾸만 보이고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여유나 만족을 찾기가 서독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트램도 서로 먼저타려고 난리고, 마트에서 몸을 부딪혀도 '슐디궁'보다 따가운 시선이 먼저 오는 곳입니다. 전반적인 서비스도 서독과 눈에띄게 차이가 납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남독 살때 주변 분들이, 동독에선 밤길 조심하고 사람들 조심하라며, 동독 사람들을 다른세계 사람들인 것마냥 표현했던 게 떠오르네요. 덕분에 생존력이 강해져가는 것 같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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