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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 마석 모란공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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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호이름으로 검색 조회 3,542회 작성일 04-04-21 01:08

본문

좋은 기사라 올렸습니다.




비오는 모란공원에서 울다

"거 소주 가져온 것 없나" "오늘은 안올리기로 했습니다"

19일 오전 7시 15분. 마석으로 가는 낡은 18인승 버스가 여의도 당사 앞에서 출발했다. 봄비가 창을 적셨다. 강변북로에 들어서면서 운전기사가 라디오를 켰다. 전국에 내려졌던 건조주의보를 해제한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마른 민중의 대지에 내려진 건조경보도 해제될 수 있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시사프로그램 주제는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입이 불러올 파장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을 넘어선 시간은 8시 10분, 아침 종합뉴스 시간이었다. 역시 민주노동당이 요구하고 있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가 세 번째 뉴스로 다루어졌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케 해준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버스 안의 풍경이었다. 둘러보니 조승수 당선자(울산북구)와 강기갑 당선자(비례대표)를 포함해서 절반 이상이 이미 잠들어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행보가 주요뉴스로 다뤄지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뉴스가 될 수 없었다.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고단한 일정을 감당해내고 있는 이들은 옹색한 미니버스의 의자에 목을 모로 기대고 곤히 잠든 채 모란공원에 도착할 때까지 깨어날 줄 몰랐다. 그 사이 바꾼 채널에서는 진보정당의 역사가 다루어졌지만 잠을 자지 않고 들은 사람은 이영순 당선자(비례대표) 정도였다.

모란공원은 옅은 비안개에 잠겨 있었다.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KBS와 MBC를 비롯한
취재카메라들이 몰려들었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하고 단병호 당선자를 시작으로 삼삼오오 묘역 순례에 나섰다.

출발점은 전태일이었다. 비에 젖고 있는 묘비를 소리 없이 읽어 내려가며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허리도 펼 수 없는 비좁은 다락방의 먼지 구덩이 속에서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하루 열여섯 시간을 기계처럼 혹사당하는 어린 소녀들의 어두운 눈망울 앞에서 절망과 분노로 몸부림쳤던.....전태일..."

때론 잊혀지기도 했으나 잊을 수 없는 묘비명들...

발길을 돌려 박종철의 묘소로 향하며 조승수 당선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1987년 1월 13일 남영동의 고문실에서 죽어간 23세의 청년 박종철
아직 묘비도 세워지지 않고 떼도 뿌리내리지 않은 진보운동의 맏형 김진균

1959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의장으로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었던 원로 김말룡
감옥을 드나들며 부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의 의장을 다섯 차례나 감당했던 한경석

인노협을 거쳐 민주노총에서 일하다 과로로 쓰러진 여리고 따뜻했던 투사 최명아
골방에 갇힌 장애인을 광장으로 불러내며 서럽고도 쓰린 장애의 고통과 싸운 정태수

'노동자의 서러움 투쟁으로 끝장내자'는 현수막과 목숨을 바꾼 세창물산의 송철순
자유와 평등의 이름으로 살다 고무신 한 켤레를 남기고 간 계훈제

하루 열 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다 열 다섯 나이에 수은중독으로 삶을 마감한 문송면
1979년 박정희 독재정권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죽어간 YH노조의 김경숙
......

모란공원에 와보지 않고 민주주의를 말해선 안된다

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반세기를 살아 왔는가. 그가 누구라 하더라도 모란공원에 와보지 않고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견뎌야 했던 가혹한 노동과 모멸의 시간이 모란공원에 고스란히 매장되어 있다. 긴 가뭄 끝에 내리고 있는 오늘의 이 봄비는 죽어서도 풀지 못한 이들의 한 맺힌 눈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슬픔이 어떻게 힘이 되는지 알고 있다. 무력감과 좌절감으로 무너지려는 자신을 이끌고 홀로 모란공원에서 울어본 적이 있는 자들은 절망의 밑바닥에 감추어진 희망의 비밀을 알고 있다.

단병호 당선자는 박영진의 빈 무덤 앞에서 묻는다.
"거 소주 가지고 온 것 없어?"

벌써 몇 번째 던지는 물음이다. 구로공단에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던 박영진, 시신을 경찰에 탈취당한 그의 무덤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다. 무덤은 비어 있으나 영혼이 찾아와 깃들어 있다고 단병호는 믿는 것일까.

그는 없는 술을 또 찾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라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김종철 대변인은 대답한다.

"술은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거 한 잔씩 올려야지......"

역사가 한 발자국이라도 진보를 이룰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누군가는 반드시 치러 왔다. '공돌이' '공순이', 그 모멸에 찬 이름을 '노동자'로 바꾸어 역사 앞에 복권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 목숨이 지불되었던가. 모란공원은 노동자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했던 영혼들의 거처다.

오늘의 노동자들은 그들의 핏자욱 위에 서 있다. 아마 당선자들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표선수들의 가슴에 달리게 될 금뺏지에는 이들이 지불한 피가 스며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피어린 뺏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앞으로 '민주노동당 대표선수'들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겸손하면서도 강하게, 힘들어도 부지런하게

10시 정각, 이소선 어머니가 도착했다.
"여러분, 장해요. 정말 장해요."

이소선 어머니는 보는 사람마다 누구 가리지 않고 손을 잡으며 기뻐했다. 전태일이 남겨두고 간 길을 끝까지 걸어가서 전태일을 완성시킨 사람, 이소선의 손을 마주잡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당대표인 권영길 당선자(창원을)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권위원장 이게 꿈은 아니겠지."
어머니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 단위원장 면회 갔다 오면서 이 세상이 언제까지 이렇게 되어야 하나, 그러면서 꼭 이놈의 세상 바꿔야 한다, 그런 얘기했었던 거 기억나죠." 그러면서 권영길대표를 안는 어머니의 눈가에 물기가 번졌다.

"어머니 오늘은 웃으세요."
천영세 당선자(비례대표)가 어머님을 부축하여 전태일의 묘소 앞에 섰다.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들와 마이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마 모란공원 생긴 이래로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찾아온 것은 처음일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이어 권영길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전태일열사, 그리고 이 자리에 잠든 민주영령들게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것을 보고 드립니다."

"국회 들어간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닙니다"

권영길 대표의 목소리도 이 순간만은 심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는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입 그것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간해방, 노동해방을 위한 더 큰 출발점에 노동자들이 섰다는 것을 확인하고 또 다짐하기 위해 모란공원에 찾아왔음도 분명히 했다.

"앞으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민중의 힘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열사들의 기억하며 그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갈 것입니다."
권영길 대표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 해온 이소선 어머니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며 마이크를 어머니께 넘겼다.

"마흔살에 태일이를 여기 묻고 35년을 살아오면서 태일이가 죽어가면서 나한테 한 말, 나는 한시도 잊지 않았다. '엄마 우리가, 노동자 학생이 힘을 합쳐 싸우지 않으면 영원히 노예처럼 살 수 밖에 없다. 끝까지 싸워서 노동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만들어야 된다.' 태일이의 그 말, 내 몸 가루가 되어도 지키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몸이 안 움직이는데도 울산에 갔어. 갔다오다 죽더라도."

어머니는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말을 멈추었다. 노동자와 농민들이 흘린 피땀으로 오늘의 이 나라가 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 농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멸시와 천대뿐이었다.

"나 말 많다고 흉보지 마. 나는 한이 맺혔어.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 할 수 있는게 꿈같다. 옛날에 민주화운동 하다가 국회에 들어간 이들 중에는 우리 유가협 어머니들이 의문사 진상규명해달라고 찾아갔을 때, 외면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면 뭐하겠어요."

그러면서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했다.
"겸손하면서도 강해야 하고, 힘들어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당부합니다. 절대 실수하지 말고 당당하세요. 국민들한테 과연 민주노동당답다, 그런 말 들어야 돼요. 오늘의 봄비처럼 국민의 갈급에 보답하고, 그래서 4년 후에 꼭 몇 배 더 커져야 합니다."

"내 기도가 이뤄졌다, 태일아"

어머니의 얘기가 계속되는 동안 권영길 대표와 조승수 당선자, 이영순 당선자(비례대표)의 눈가에는 다시 물기가 번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의 임자는 전태일 열사였다. "태일아 너와 약속한 것 이제 지켰다. 너도 지하에서 기쁠 것이다. 내가 다섯 석은 너무 작다, 열 석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내 기도가 이루어졌다."

단병호 당선자는 어머니에게 열심히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이 단병호위원장이 국회의원 된 것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어머니는 대답하기 전에 먼저 그를 껴안았다.
"단위원장, 그 동안 너무 많이 고생했어. 말 할 수 없이 기쁘지."

그리고 나서 또 어머니는 기자들에게 부탁한다.
"기자 여러분들도 민주노동당 지켜봐 주고, 도와주세요."

4.19묘지로 이동하기 위해 발길을 돌리다 말고 어머니는 전태일의 무덤을 돌아보았다. 전태일의 조각상이 비에 젖고 있었다.

"저 조각상은 문익환 목사가 감옥에서 모은 영치금으로 만들어준 거야."
비에 젖은 전태일의 조각상이 모란공원에 잠든 아흔의 민주영령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향해 출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표선수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길이라고 해서 함부로 걷지 마라
내가 걷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들의 길잡이가 될 것임을 잊지 마라.'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꾀하는 이승만 일파의 위협을 무릅쓰고 남-북협상을 위해 평양을 향해 떠나며 김구선생이 썼던 서산대사의 시가 떠오른다.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들, 부디 당당하시라.

민주노동당 세상을 긴장시키는 '새끼 상어'가 돼라

이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 확정되는 순간 우리 정치와 국회의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높아져버렸다. 정책정당이 진정한 정당이라면 민주노동당은 제 3당이 아닌 유일 정당이다. 그 숫자 비록 많지 않지만 이 엄격한 감시자의 출현은 국회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약품이 사용되기 전에는 활어를 장거리 운반할 때 새끼상어가 사용되었다. 활어가 가득한 수족관 속에 상어새끼를 단 한 마리만 넣어 두어도 활어들이 잔뜩 긴장해서 죽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이 아닌 지역주의, 내용이 아닌 이미지, 헌신 없는 썩은 정치판에 뛰어든 민주노동당은 새끼상어처럼 세상을 긴장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하기에는 민주노동당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12시 30분, 수유리 4.19묘지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보고 및 4.19 44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대회에 자리를 같이한 사람들의 당부를 들으며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들은 이 미 자신이 지게될 무거운 짐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는 너무나 부족하다. 반민중적인 수구세력들이 아직도 활개치고 있고 노동자 농민의 생활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이수호 민노총 위원장)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파병하면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나창순 범민련 남측본부의장)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자주적인 통일로 가기 전에 민주주의는 영원히 미완이다." (정동일 4월혁명회 회장)

아침은 물론 점심까지 굶고 당사로 돌아오는 18인승 버스 안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이영순 당선자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 민주노동당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한 작가가 이 글을 썼습니다.

한편 심상정 당선자는 이날 오전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돼 모란공원 참배에 함께하지 못했다. 심당선자는 하루 전인 18일 오전 가족과 함께 모란공원을 찾아 전태일 묘소에 헌화와 묵념을 올렸다. 심 당선자는 80년대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할 때 매일 새벽까지 전태일 평전을 뒤적였던 기억을 되새기며,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전태일 정신'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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