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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때 중국의 행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퍼온글이름으로 검색 댓글 3건 조회 4,627회 작성일 04-05-03 14:39

본문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벌어진 시기다. 그당시 중국에서는 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한국의 평범한 젊은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중국의 신세대들이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앞으로, 한국의 신세대들과 중국의 신세대들은 한국과 중국 양국 곳곳에서, 동아시아와 세계 곳곳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과거에는 그들이 우리를 추격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그들을 추격해야 한다.
그런 그들과 우리지만, 우리는 그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2년 전 있었던 월드컵 경기를 둘러싼 양국 간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한다.
한국과 중국의 신세대들의 결코 화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잠재적 집단의식의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월드컵 전 경기는 64게임으로 이루어졌다. 개최국이자 돈 많은 나라 일본도 전경기를 생중계하지 못 하는 데 반해, 여기 중국의 국영 중앙방송 CCTV-5에서는 전부 중계 해준다. 그들의 축구열기는 정말 대단하다.
중국에서 TV의 위력은 대단하다. 중국에는 방송국이 무려 1,100여 개에 달하는데, 이들 방송국 중 분야별로 10여 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 CCTV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그 중에서 CCTV-5는 유일한 국영 북경 중앙방송의 스포츠 전문채널이며, 가장 공정하다고 인정받고 있으며 가장 인기가 높다. CCTV-5 채널에는 월드컵 특집프로그램 <我愛世界杯(난 월드컵을 사랑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류지엔홍(劉建宏)이라는 올해 35살의 축구전문 진행자가 나온다. 그 옆에는 선삥(沈氷)이라는 여자 진행자가 나온다. 항상 같은 브라우스를 입는데, 중국 신세대들은 전부 예쁘다고 말한다. 이 여자는 북경재경대학인가를 나와서 홍콩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경제학을 공부했단다. 그래서 축구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축구 프로를 맡았다. 누군가 이 여자가 축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는 적당치 않다고 무제를 제기했나 보다.그랬더니, 이 여자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물으면 전문해설자가 친절히 답변을 해주는 진행방식이 축구 초보팬들에게는 얼마나 좋은가요?"라며 받아쳤단다.
그런데 이 여자의 행동은 정말 의아하다.
아르헨티나가 예선 탈락했을 때 그녀는 방송 중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유를 물으니 아르헨티나팀 선수들이 너무 멋있게 생겨서 좋아했는데 떨어져서 슬퍼서 그런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카메라는 그걸 또 클로즈업해서 자세히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그 여자가 재수 없어서, 그 여자이름 가운데에 "經(징)"자를 붙여서 "沈經氷(선징삥)"이라고 부르고 있다. 선징삥은 중국어에서 정신병을 일컫는 "神經病"과 성조는 틀리지만 독음이 같다. 그래서 텔레비젼 켜자마자 "아 또 저 선징삥(정신병자) 나왔구나."한다.
그런데, 이 여자의 의아한 행동은 경악스런 태도로 돌변한다. 한국 축구팀의 경기와 관련해서 말이다.
한국과 폴란드 전.
그당시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 개최국이자 16강의 염원으로 양국이 들뜨던 때다. 중국도 최초로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룬 터라 대륙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국과 폴란드가 맞붙기 전, 중국은 2대 0으로 코스타리카한테 박살나서 코가 뭉개진 상태이고, 일본도 벨기에와 비겨 불안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국만 남은 것이다.
류지엔홍과 선삥, 그리고 황지안샹(黃健翔).
황지안샹은 CCTV-5 중계방송의 캐스터이다. 그는 중국 갑 A리그 경기 해설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유럽리그도 해설하는 축구전문가다. 여러 신문에 축구칼럼도 연재한다. 중국의 축구팬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과 폴란드 전을 중계하면서, 중국은 지고 일본도 비겼다, 그런데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인 한국이 이기겠냐는 투로 말한다.
근데 알다시피, 우리가 폴란드를 2대 0으로 완벽하게 이겼다.
황지안샹은, 승리한 한국보다 비긴 일본에 대해 더 많이 칭찬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48년 동안 그렇게 많이 출전하고도 드디어 이제야 한번 이기는군, 한이 풀려서 좋겠다', '실력보다도 한국선수의 악에 받친 집념의 결과다'라는 코멘트를 날린다.
그 당시에는 진행자들이 조금 오바하는구나... 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한국과 미국전.
축구 실력이 별로라고 알려진 미국이 D조의 1순위 포르투갈을 박살냈다.
진행자들은 미국이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이길 거리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들은 입을 맞춰가며 이해가 안 된단다. 이 때부터 개최국(여기말로 둥따주-東道主 라고 한다)의 편파 판정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후반전에는 좀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짐짓 점잖게 걱정도 해준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알다시피, 질 것 같던 한국이 후반 안정환의 골로 경기를 비겼다.
해설자의 말이 가관이다.
"안정환 선수의 표정을 보니 자신이 골을 넣은 줄도 몰랐다. 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한국이 미국과 비긴 것만 해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마무리짓는다.
한국과 포르투갈전.
포르투갈.
포르투갈에 대한 중국 신세대들의 태도는 남다르다.
루이스 피구, 콘세이상, 루이 코스타, 중국인들이 흠모하는 황금세대. 중국애들은 얘네들한테 꺼벅 죽는다. 특히 여자들은 꽃미남 누누 고메즈가 나오면 괴성을 지른다.
그런 포르투칼이 한국과 경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 시작 전에 의기양양한 류지엔홍이 황지안상에게 묻는다.

류지엔홍 :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황지얀샹 : (단호하게) 포르투갈! 유럽하고 아시아가 실력이 비교가 안되지요.
선삥 : (경기장의 한국응원석을 카메라가 훑어내리자 호호호 웃으면서) 저 수많은 한국축구팬들은 어쩌죠?

하지만 뚜껑을 여니 상황은 정반대.
한국의 압도적인 우세.
이때부터 진행자들은 당황한다.
황지안샹은 “한국이 한 골을 져주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연거패 내뱉는다. 국영방송의 캐스터가 특정국가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도 되는 것인지 자질이 의심스럽다.
그러나 황지안샹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박지성의 골로 포르투갈을 꺾어 버렸다.
카메라가 환호하는 한국 응원단을 잡는다. 그리고, 기뻐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다음, 카메라는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류지엔홍과 선삥의 얼굴은 울상이다.
그러던 말을 잇는다.
포르투갈 선수 2명이 홍파이(紅牌-레드카드)를 받고 나간 건 심판의 편파판정이란다. 다신 이런 경기를 보고 싶지 않단다.
화면에는 화려한 포르투갈의 황금세대의 얼굴이 화면을 채운다. 그리고, 그들이 레드카드 받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경기에 지고 16강 진출이 좌절된 루이스 피구의 슬픈 얼굴이 보이면서 마무리된다.
화면에는 엄숙하고 슬픈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장미까지 흐른다.
한국과 이탈리아전.
류지엔홍은 평소와 다르게 더욱 오바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탈리아 serie-A 리그를 전문적으로 해설해 왔다.
이탈리아 한선수, 한선수를 아주 잘난 척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에 의해 이탈리아가 욕보일 것을 걱정하는 듯, 시작전부터 정당한 승부를 보기를 원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리고 한국팀이 심판을 매수해서 포르투갈을 탈락시킨 것처럼이야기한다. 그런 일이 절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단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된다.
한 골을 비에리에게 내준 뒤 경기 종료까지 한국이 끌려간다. 패색이 짙다.
그들은 안심이 되는 듯이 이야기한다. 편안한 목소리로 이탈리아가 스페인이랑 만날 것을 미리 이야기하며, 빅매치가 될 것이라고 흥분해댄다.
그러나, 설기현의 후반 막판에 터진 동점골.
그들은 흥분한다. 그리고, 애써 냉정을 되찾더니, 이탈리아 수비수의 실수 때문에 한 골을 먹었다고 말한다.
연장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안정환의 골든골.
류지엔홍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있었던 한국과 미국전에서 안정환의 동점 헤딩골을 '자기도 모르게 얼떨결에 넣은 골'이라고 했는데, 그 골이 이번에도 보란 듯이 또 터졌다. 그는 이번엔는 '안정환이 얼떨결에 넣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났다.
선수와 응원단이 하나가 된 경기장과 붉은악마가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 광화문을 뒤로 하고, 카메라는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스튜디오는 완전히 초상집이다.
선삥은 주먹으로 탁자를 친다. 웬 오바인가 했는데, 그녀는 울먹울먹한다. 그러더니 자기에게는 이탈리아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너무 난감하단다.
류지엔홍은 근엄하다.
승리에 열광하고 있는 한국 관중들 장면을 내보낸 뒤에 근엄한 얼굴을 하고서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인데 저~ 작은 반도국가의 축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는 안 된다, 반도의 축제로 전락한 세계배! 아~슬프다'며 연신 침을 튀긴다.
그러면서 "한국팀의 오늘 승리는 바꿀 수 없는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러나, 심판판정 문제 역시 바꿀 수 없는 진실"이라며 마치 중대범죄자를 꾸짖는 표정이다. 그리고 나서는 이탈리아팀의 역사와 그 앞의 화려한 골 장면이 흘러나오면서 그들은 갔다고 한다. 역시 슬픈 음악이 마무리를 장식한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승리하던 날.
한국 학생들이 유학 온 중국 대학에서는 민족적 적대감이 유학생들을 무겁게 짓누른다. 유학생들은 중국학생의 의한 테러공포로 밤을 지세운 것이다.

다음은 당시에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 유학생의 글이다.

나 어제 죽을 뻔 했다. 난 몰랐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안 좋았던 것을.
난 중국을 좋아했다. 가끔 한국사람들이 중국을 얕보고 무시하면 도리어 화를 낼 정도였다. 내가 어학연수를 하는 이 대학교 안에는 큰 영화관이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구락부'라고 부른다. 월드컵 때부터는 영화상영은 중단하고 축구를 중계해 준다. 한국돈으로 160원을 받는다. 나는 윗방, 아랫방 동생들과 함께 붉은 색 티셔치를 차려 입고 축구 중계를 보러 갔다.
화면에서 몸을 푸는 우리 선수들이 보인다. 우리는 환호했다.
그러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술렁대며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날 따라 중국인들이 이상했다.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짝짝짝 짝짝)."
우리 선수 잘하라고 대한민국 몇 번 외쳤다.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흘렀다. 그러더니, 중국 학생 하나가 저 구석에서 "이탈리아~~이탈리아~~"를 선창했다. 그러자 3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이탈리아~~"를 우렁차게 외친다. 한국 유학생들은 찌그러져 있었다.
경기가 무르익었다. 한국이 골을 잡거나 파울을 하면 야유가 터져 나왔다. 중국학생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그러더니, 입에 담지 못할 욕이 터져 나왔다.
'한국인들 다 죽어라', '미친놈들', 'fuck you!'
차라리 못 알아들었으면 좋으련만.
우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타지에 나와 고생하는 것도 가뜩이나 서러운데, 더구나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가? 배신감이 들었다. 완전 속은 기분이다. 한 동생들은 기숙사에 돌아가자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1:0인 상태에서 가면 우린 정말 야유 속에서 걸어 나가야 한다. 바보 아니면 죄진 사람처럼.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응원했다.
경지종료 직전. 이탈리아 그물에 공이 들어갔다. 우리는 울며 기뻐했다. 골세레머니 같은 건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계속 좋아할 수 없었다. 찬물을 끼얹은 듯한 고요. 시선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욕설들. '저것도 심판이냐, 죽어라', '구역질이 너무 나서 토하겠다',
내가 아는 가장 심한 욕도 나왔다. '차오니마'라고. 이걸 그대로 풀면 너희엄마랑 성관계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껌껌한 극장 안에서 한국사람들이 어디 앉았냐는 찾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긴장했다. 곧이어 우리 뒤에서 라이타를 켜고 우리 뒷통수를 향해 여기라고 가르쳐주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얼어붙어 버렸다. 물이 든 생수병 하나가 날아들었다.
연장전으로 들어가면서 중국인들은 경기에 다시 집중했다.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연장 후반. 안정환이 골든 골을 넣었다. 이탈리아 그물에 공이 들어가는 것이 보이고 한국선수들이 기뻐하는 걸 눈물사이로 어렴풋이 보고 나서 주저앉아 울었다. 그러나, 즐거움의 눈물이 아니라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달랐다. 골이 들어가자 300명 가까이 되는 중국인들이 일제히 탄식과 함께 내며 의자를 발로 차며 화풀이한다. 젊은 중국여자애들이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무슨 진짜 몹쓸 죄를 진 죄인 보듯이, 아니 무슨 쓰레기 보듯이 한다. 또 날아들기 시작하는 물병.
몇몇 중국학생들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난 이제 맞는구나... 죽는구나...
그때, 우리를 위협하는 그들에게 당당히 항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조선족 학생들이었다. 한족 학생들이 한국유학생들한테 하는 것에 대해 너무 괘씸해하고 있던 조선족들이 그만하라고 저지한 것이다. 눈물이 나려 했다. 그리고, 싸움이 났다.
뒤에 들어보니, 이 싸움을 보고 한국인과 중국인이 싸우는 줄 알고는 중국 청년들이 어디선가 각목을 들고 왔다고 한다. 한국어과에 다니는 중국학생들이 이들을 겨우 말렸다고 한다.
정말 무서운 하루였다.
그 시간에 멋모르고 기쁨에 들떠 교내에서 코리아를 외치던 한국 유학생들이 다가 중국 학생들에게 화분과 물병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공포에 질린 동생들과 나는 짐을 싸서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한국과 스페인전.
류지엔홍은 안심한 표정이다.
8강전부터는 FIFA에서 문제소지가 있는 심판들을 다 빼고 유럽컵에서도 뛴 권위있는 심판들을 선정했기 때문이란다.
경기가 시작되고 한국이 밀린다. 심판들이 우리팀의 파울을 지적한다. 중국 CCTV-5 진행자들은 역시 공정한 판정이라며 칭찬을 해댄다.
그들은 이제 중계자가 아니다. 노골적으로 적과 아를 구분한다. 시종일관 우리가 공격하면 위험하다고 한다. 반면 스페인이 공격하면 좋은 기회란다. 스페인 선수가 찬 공이 골문을 맞춰버리니 거의 비명에 가까운 안타까운 소리가 나왔다. 어떡하냔다.
그리고 연장전. 그리고도 승부가 안나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긴장된 분위기에서스페인 4번째 키커의 슛을 이운재가 막아낸다. 진행자들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의 홍명보의 승부차기가 성공한다. 한국의 4강 진출. 스페인은 탈락했다.
스튜디오로 돌아가니 침통한 분위기다. 웃고 농담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선삥은 좀 전에 울었던지 왼손에는 화장지가 들려 있다.
류지엔홍도 초상당한 얼굴이다. 억울해 죽겠는지 심판의 오심이 있었다고 뒷북을 친다. 경기 내내 유럽컵에서도 뛴 권위있는 심판이라고 칭찬할 때는 언제고.
그러더니, 아슬아슬한 오프사이드 판정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페인이 크로스한 볼이 공중에서 엔드라인을 살짝 넘는 장면을 보여준다. 둘 다 순간의 차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오프사이드 판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크로스한 볼이 공중에서 엔드라인을 넘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스페인이 지니까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스페인팀의 역사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안타깝게도 스페인이 갔다고 하면서 또 슬픈 음악 나온다. 자기네들 질 때 보다 더 슬픈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경기에 진 스페인선수들이 심판에게 달려들며 항의하는 장면을 계속 보여준다.

다음 날 중국의 언론들은 입을 맞춰 한국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승리'(勝之不武)', ''한국팀의 승리는 벼락부자 같은 출세', '억지로 떠받들어진 한국 축구팀은 속으로 썩은 사과', '한국은 독일이 개최하는 다음 대회에서 16강에 100프로 못 드는데 베팅하겠다'며 승패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비난의 화살은 이제 한국인의 국민성으로 향한다.
'죽어도 승복하지 않는 한국인들의 악착같은 근성'에서 시작해서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심판을 받을 것이다'며 독설을 퍼붓는다. 짐짓 점잖은 척 '이런 일이 독일전에서도 벌어지면 당당하게 경기장을 박차고 나오는 독일팀의 결연한 용기를 기대한다'며 훈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설의 강도가 심해진다.
'포르투갈을 이긴 뒤 한국 선수단이 보인 태도는 소인배들의 의기양양(小人得志)', '한국팀 선수들은 죽도록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미친개'라고 내뱉는다.
어느 신문 사설에는 '중국인들은 미국과 나토의 유고 중국 대사관 폭격 때보다 더 격분하고 분노한다'고 했다. 물론 과장법이지만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반응이다. 더구나 언론 아닌가?
언론이 이처럼 한바탕 훑고 지나가자, 이제는 인터넷이 술렁댄다.
게시판에는 '한국은 아시아의 수치다', '한국 돼지새끼들이 월드컵을 망친다'는 글들이 올라 왔다.
그러더니 상상력에 날개를 달았다.
'경기는 심판 매수의 결과이며 그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몽준과 FIFA의 정치적 거래'라는 주장이 떠돌았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에 대한 공한증(恐韓症)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모두가 공한증을 가지고 있다. 마피아보다 검은 손이 경기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국팀도 이제부터는 맘 편하게 한국을 무서워하자'라며 비아냥거렸다.
사태는 위험하게 발전한다.
누군가 야후 게시판에 한국인들이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는 소문을 냈다. 그러자 인터넷에는 '얼마 전 한국 학생이 내 지우개를 훔쳐 갔다', '한국인은 도둑놈이다'라는 식의 글들이 올라왔다. 마녀사냥이 전개될 태세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한 학생은 정말 친하게 지내던 중국 학생에게 전화를 받았단다. 그런데 그 중국인 친구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울먹하더니 '너희들이 어찌 이럴수가 있느냐'며 절교를 선언하더니 전화를 끊더란다.
한 후배는 자신의 반 선생님이 한국팀이 약물복용을 했다느니 하면서 비꼬았다고 한다. 그래도 반박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그냥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넘겼다고 한다.
축구가 사람잡는다더니,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잡기 시작했다.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이번 월드컵은 1936년 나치 독일이 주최한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그 해의 올림픽이 올림픽 역사상 치욕이었듯 이번 월드컵 역시 역사상 전무후무한 치욕이 될 것이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 고위간부나 막후의 검은 세력을 의심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몽준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피파에서 이전부터 그가 4강도 문제없다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해 왔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버젓이 실린다.
이제 이런 해석은 거리의 중국인들에게는 기정사실이 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택시기사들 중에는 시사해설가들이 많다. 얼마 안지나 택시를 탔다. 내가 탄 택시의 기사는 정몽준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돈으로 로비를 하지 않았겠냐며 나름의 분석을 한다. 그러면서 '어쩐지 한국선수들이 스페인을 이기고도 아주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할 말을 잃었다.
한국인에 대한 멸시 분위기는 다시 거리에서 언론으로 불붙었다.
치루완바오(濟魯晩報)는 한류가 가장 먼저 상륙하고 한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산둥성 신문이다. 게다가 최고부수의 신문이다. 이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한국인, 살아있는 레이펑>이란 제목의 노래에 가사만 바꿔 부른단다. 레이펑은 중국의 50~60년대 인민해방군인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한 중국 인민들이 추앙하는 현대의 위인이다.
노래는 '오 한국인들은 대단한 사람들이야, 한국인들은 부자인가 봐. 그러니까 심판들에게도, 관련 임원들에게도 돈을 펑펑 쓰지...'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희선아! 김치 한 사라 더 가져오너라...'로 끝맺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은 독일에게 패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은 경기가 끝난 후 얼와이(二外)에 다니는 한 유학생의 글이다. 얼와이는 북경에 있는 북경 제2 외국어대학이다.

경기가 끝나고, 한국 학생들은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만족해하며 기숙사 앞에 하나 둘씩 모이고 있었다. 그러나 패배를 시인하고 서로 위안하는 자리였다. 한국이 독일에 패하자 쁨에 열광하던 중국대학생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처음에 중국학생들이 위로해주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독일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면서 독일이 이겨서 정말 다행이란다. 그리고는, 한국 학생들을 향하여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30대 300.
우리도 질 수 없었다. 숫자적으로는 절대 불리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일당백의 목소리로 애국가,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댔다. 숫자적으로 훨씬 많으면서도 기가 꺾이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중국애들은 공격적으로 변했다.
'대~한민국, 미친 X들' 한국 응원가를 모방하여 한국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해댄다. 중국 학생들은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 욕설은 베이징시 남자들이 하는 성(性)과 연관된 가장 심한 욕설이었다.
그리고 언제 구했는지 김희선 포스터를 가지고 와서는 거기에 'to die'라고 적어 흔들어댄다. 한 패거의 중국학생들은 쇠로 된 물건을 두드리는가 하면 독일국기까지 흔들어 대던 몇 몇 중국학생은 점차 군중심리에 휩싸였다. 어떻게 구했는지 붉은악마 티셔츠를 가지고 와서는 참수라도 한 것처럼 깃대에 꽂아 돌려댔다. 그러더니 T-셔츠를 찢고는 불로 태웠다.
이런 상황이 1시간 30분이나 계속 되었다.
중국애들 기숙사에서는 위층에서 아래에 있는 우리에게 물병과 오물을 던졌다.
얼와이 유학생 기숙사는 ‘ㄷ’자형이어서 한 면은 중국 남학생 기숙사와 맞물려 있다. 중국남학생 기숙사와 외국유학생 기숙사가 맞물리는 곳에 한국여학생 두 명이 투숙하고 있었다. 옆방에 있던 중국학생이 창문을 열고 다리를 뻗어 한국여학생 기숙사 창문을 발로 차며 소리를 지르는 등 인간이하의 행동을 했다고 한다. 밤이 되자 술취한 중국애들이 문을 부술 듯 두드리다 갔다고 한다.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중국학생들이 한국학생들을 째려보고 다닌다.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한 유학생 애는 중국애들이 한국사람이 비겁하다고 해서 수업을 빼먹고 울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은 함께 중국 학생들에게 해명과 자제를 요구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전단지는 새벽 길거리 게시판에 몰래 붙였으나 보안이 바로 떼어 버렸다고 한다. 다음날 한 중국학생이 길에서 이와 관련 해명 전단지를 배포했다. 이 전단지에는 '한국은 공정한 시합을 하지 않았고 심판의 오판으로 승리했다. 몇 몇 학생들이 지나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공정한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한국유학생회 측이 얼와이 외사처 측에 해명과 사태해결 등을 요청했으나 외사처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이에 한국유학생 측은 단체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그러나 외사처 측은 수수방관할 뿐이었다. 오히려 외사처 담당자는 '상관없다. 너희들 아니라도 앞으로 많은 학생이 올 테니 우리는 걱정 없다'고 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은 빠오밍(報名)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 떠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 학교의 입학신청기간이 끝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빠오밍은 전형, 신청을 뜻한다.
얼와이의 현실은 이제부터 문제다.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현실이다. 무서워서 더 이상 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겠다. 얼와이로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다시 한번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목숨걸고 유학할 필요는 없으니깐!

문화대혁명의 광기.
한국과 중국의 축구 전쟁을 보고서 나는 책에서만 보았던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느껴졌다. 중국인이 무서워졌다.
짧게는 50여 년의 단절을 겪은 양국의 신세대. 50여 년의 단절을 넘어 서로가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동안 잊고 있던 수 천 년 동안의 적대감이었다. 중국의 젊은이와 한국의 신세대가 축구를 통해 서로 확인한 것은 서로를 타자(他者)로 보는 불쾌한 시선이며, 적대감이었다.
축구는 그저 한국인과 중국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적대감을 의식 표면 위로 뿜어낸 계기이 불과했다. 마치 화산이 지표면을 뚫고 뿜어나오 듯.
이것이 2004년 중국과 한국의 현주소이며, 암울한 미래의 전조다.






출처 피플타임즈
추천5

댓글목록

슈바벤님의 댓글

슈바벤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마지막 한줄이 당분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암울한 미래의 전조..

올빼미님의 댓글

올빼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윗글을 보고 한국이 중국보다 나을 수밖에 없고 중국이 크나 덩치값을 제대로 하지못하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이런 중국을 무서워하는 한국인들이 많을수록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무시하고 모멸하리라.
많은 유학생들이 왜 중국인들에 주눅이 들어 한마디도 못하는지?
그들에게 정정당당히 자신이 한국인임을 밝히고 군중심리에의해 소수의 사람들을 억압하고 욕하는 자세를 꾸짖졌다면 그들이 한국을 우숩게 여기지 못하고 존경했으리라. 
아시아의 대국인 중국이 어찌 이러한 무례를 함부로 져지른다 말인가?
중국이 아시아의 대국이 맞는가?
정대한 중국이라면  중국보다 작은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계에 보여줌을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통해 중국도 축구에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어야 하는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주눅이들어 할말을 못하는 졸장부들이 많고 이를 무서워하는 이들이 많을때 중국은 더욱더 한국을 안중에 두지 않을 것입니다.

옛날유학생님의 댓글

옛날유학생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지네 나라 안에서 지네들끼리 지네멋대로 사는데 뭐라 할 이유없죠. 설사 우리나라 욕한다 하드래도 할수엄써요. 누가 중국와서 살라고 했나요? 재일교포들처럼 강제로 그나라에 끌려간것도 아닌데.. 유학생이 조국의 축구시합에 응원 맘대로 하게 해달라고 항의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도서관에 못들어가게 한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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