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일본이 만주를 침범했을 때, 2차대전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2차대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쟁의 원인을 단순히 독일의 히틀러의 광기로 설명하지 않지요. 그것은 1929년 전세계를 뒤흔든 경제 대공황부터 돌아봐야 하는 것이죠. 1차대전에서 패한 후 미국의 투자에 의존하고, 대미 무역에 의존하던 독일에게 대공황은 엄청난 타격이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안정된 식민지 시장이 없었던 독일은 결국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히틀러를 택한 것이지요. 권력을 잡은 히틀러는 군수산업을 일으켜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아리안 인종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유태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면서 2차대전을 시작했지요. 2차대전의 동맹국이던 독일, 일본, 이탈리아는 모두 경제 대공황이라는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침략전쟁에 나섰고, 그 전쟁은 이미 식민지를 차지하고 있던 영국, 프랑스 등과의 전쟁 양상을 띠게 된 것이죠. 그래서 2차대전은 일본이 만주를 침략했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있는 것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지금의 이라크 전쟁을 세계 대전의 시작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라크 주변에 이미 심각한 갈등이 있기 때문이지요. 제가 잘 아는 쿠르드인 친구도 지금 상황을 더 큰 전쟁의 전주곡으로 봅니다.
우선 79년 이란 혁명 이후에 이란 이라크 전쟁이 있었고, 같은 때 소련의 아프간 침공이 있었고,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과 그에 대한 응전으로 91년 걸프전쟁이 있었지요. 중동지역의 전쟁은 계속 되 온 것입니다.
쿠르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쿠르드족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91년 걸프전 이후 후세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치를 하던 쿠르드족은 독립의 기회를 엿보고 있지요. 쿠르드 족들이 흩어져 사는 주변국인 시리아, 터키, 이란 등은 이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고요. 이스라엘은 그런 혼란을 만들면서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정복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쿠르드가 독립을 선언한다면 터키가 개입할 것입니다. 이라크 국민의 과반수가 넘는 남부의 시이트 역시 이라크의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지요. 그렇게 된다면 같은 시이트인 이란과 연합을 맺어서 석유를 가지고 미국에 대항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지요.
이라크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전망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대부분 나라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새로운 전쟁이 터질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미국은 석유도 나지 않는 베트남에서 전쟁을 벌였고, 캄보디아와 라오스까지 전쟁을 확대시켰습니다.
석유 통제권을 확실히 장악하기 위해 미국 부시 일파가 시작한 이 모험은 헤어나오기 힘든 늪이 될 것입니다. 혹자는 미국이 중동석유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유럽이나 일본, 한국, 중국이 거기에 의존도가 높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석유를 더 통제하려고 합니다. 그 힘으로 미국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유럽연합과 한중일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지요.
날로 치열해지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경쟁에서 미국이 계속 패권을 유지하려면 강한 군사력과 석유 통제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를 통해서 무역 분쟁이 나고, 통화 가치를 결정할 때,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 늪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미국이 발버등칠 때 전쟁이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 전쟁을 후세에 3차대전이라고 부르게 될 지는 몰라도 적어도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동맹국들이 참가하고 중동의 나라들로 퍼지는 국제 전쟁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력이 쇠퇴하면서 세계 자본주의를 주도하는 강대국 간의 갈등도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미동맹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 첫 걸음으로 파병을 중단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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