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동포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커뮤니티 새아리 유학마당 독어마당
커뮤니티
자유투고
생활문답
벼룩시장
구인구직
행사알림
먹거리
비어가든
갤러리
유학마당
유학문답
교육소식
유학전후
유학FAQ
유학일기
독어마당
독어문답
독어강좌
독어유머
독어용례
독어얘기
기타
독일개관
파독50년
독일와인
나지라기
관광화보
현재접속
327명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 말고는 자유롭게 글을 쓰시면 됩니다. 어떤 글이든지 태어난 그대로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열린 마음>(타인의 흠결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러움)으로 교감해 주세요. 문답, 매매, 숙소, 구인, 행사알림 등은 해당주제의 다른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이런 글은 게시판 사정에 따라 관용될 때도 있지만 또한 관리자의 재량으로 이동/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펌글은 링크만 하시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주세요.

안녕하세요. 베를린은 오늘도 화창한가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GregL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443회 작성일 24-03-15 03:57

본문

안녕하세요. 저는 이정의입니다. 모든 분들 안녕하신가요?

오랜만에 베를린리포트에 들어왔는데 익숙한 화면과 글씨체를 보니 베를린에 살던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맘때 베를린에는 가랑비도 많이 오지만 새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던 것이 얼핏 기억 납니다. 정확히 2015년 3월 5일, 35살도 넘어 늦은 유학길에 올랐는데 결국 독일 대학교는 다 떨어지고 오스트리아로 간게 엊그제 같네요. 다행히 오스트리아에서 학교에 들어 갔고 훌륭한 교수님 만나서 석사도 따고 그간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오스트리아로 옮긴 후로는 베를린리포트에도 발걸음이 뜸해졌는데요. 베를린 살던 친구들도 모두 한국으로 귀국하고 베를린에 연고라고는 없는 이방인이었기에 마지막으로 방문한게 벌써 5-6년은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석사를 마치고 때마침 코로나가 터져서 자의반 타의반 한국으로 온게 벌써 3년이나 지났고요.

작년에는 베를린에서 전시를 한 번 했는데 아쉽게도 일이 바빠 작품만 보내고 가지를 못했네요. 그때 베를린리포트에 전시 소식을 알려야겠다 생각만 하고 게으름피우다 글을 쓰지를 못했어요. 그러던 중 다시 베를린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전시 소식도 알려드리고 그간 가지고 있던 베를린에 대한 그리움도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어쩌면 9년 전, 큰 꿈을 꾸고 베를린으로 왔던 과거의 저에게 하는 작은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이 어쩌면 유학을 준비하거나 혹은 다른 큰 꿈을 꾸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과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요.

저는 한국에서 우등생이었습니다. 예술고, 예술대를 나왔고 회사도 대기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 모든 대학원 시험에 떨어졌어요. 최종 면접도 몇 번 봤지만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우등생형 예술가 지망생 이었던 셈이죠. 마지막으로 온 불합격 편지를 뜯어본 후 꼬박 4-5일을 식음을 전폐하고 창가에 누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거절에 어리둥절 했고 단 열흘 만에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다시 입시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두 번째 해,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모두 떨어졌습니다. 마페 한 개는 함부르크 세관에 걸리고 예년에 면접까지 봤던 곳은 서류에서 떨어지고 심지어 최종 면접도 한 곳 밖에 보지 못했어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는 한국에서 회사나 다녀야 하는 재능 없는 예술가의 운명인가보다 낙담했습니다. 마지막 남아있던 면접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한국 교수님께서 그냥 놀러나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휴가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한 일주일 놀다 오라고요. 며칠 후 오스트리아 린츠 중앙역에서 란트슈트라쎄를 걸어 학교에 갔습니다. 그 후 면접을 보고 사흘 만에 합격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를 아껴주시는 교수님을 만나 석사 학위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일 그때 포기 했었다면 저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겠지요? 그것도 나름 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제 운명이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것은 분명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석사를 받은 것이 예술가로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위 이후에는 '대학원생' 이라는 일종의 양해도 사라지고 업계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대학원 졸업 후 금방 유명한 작가가 될 것 같았는데 참 힘들더라구요. :-) 전시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렵고 작품을 제작 할 때 마다 기십만원은 우습게 들어가니 애초에 '가난한 예술가'라는 말은 일종의 아이러니 이거나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파라독스 같은 것입니다. 대학원 졸업 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처음엔 조바심도 나고 왜 빨리 성공하지 못할까 자책하면서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전시 횟수도 점점 늘어나고 관심도 받으면서 신인 예술가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좀 철이 들었는지 유명한 작가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자는 스스로 대견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처음 베를린으로 떠나던 10년 전 저를 생각하면서 "그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 얼추 비슷한 것 같습니다. 10년 전 제가 10년 후의 제 모습으로 상상했던 그것이 지금의 저와 얼추 맞는 것 같아요.

특히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는 유학 준비생, 입시를 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들 떨어졌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다들 떨어집니다. 포기 하지 않으면 나중에 뭐라도 되어 있겠죠. 뭐 유명한 작가도 아닌 제가 이런 말씀 드려서 좀 신빙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저도 예술가랍니다. :-) 10년 전 저를 생각해보니 참 기도 안차는데 지금 되어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 그래도 자신있게 예술가라고 말 할 수 있어요.

2016년 10월,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테겔 공항에서 이륙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서 한 참을 울었습니다. 무조건 베를린으로 돌아온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꺼이꺼이 울었는데요. 지금도 제2의 고향 같은 베를린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작년에는 작지만 처음으로 베를린에서 그룹 전시도 했고 다음주 부터는 작년 보다는 좀 더 크고 많은 작품으로 베를린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울면서 떠났던 길이었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네요. 포기 하지 않으니까 뭐라도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타국 살이에 힘들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3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Fotografie Friedrichschain 에서 그룹 전시에 참여합니다. 3월 21일 저녁에 오프닝에 가시면 젊은 작가들과 재미있는 작품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오프닝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끝날 때 Finissage에 참석 할 수 있을테지만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들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유학 10년 만에 베를린에서 전시하게 된 늦깎이 작가의 자축이자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저보다도 더 젊은 학생들을 위한 응원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베를린에서 만나요.

이정의 드림

Group Exhibition 'EXCESS'
March 22 to May 10 at Fotogalerie Friedrichshain, Helingforser Pl. 1, 10243 Berlin
Opening: Thursday, March 21, 7 p.m.
추천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유투고] 자유·토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7160 민기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0 04-25
17159 베를린주민4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9 04-24
17158 kduox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6 04-22
17157 valfiros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32 04-15
17156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3 04-13
17155 에얼트베레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8 04-09
17154 아호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5 04-08
17153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8 04-06
17152 일도아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7 04-01
17151 Nihong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2 03-29
17150 Anerkennu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6 03-28
17149 Gentilly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6 03-27
17148 김밥zzz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8 03-23
17147 Vitter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0 03-22
17146 아트지은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3-16
열람중 GregLe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4 03-15
17144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8 03-02
17143 평화평등창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3-02
17142 bright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2 02-25
17141 willoo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9 02-20
게시물 검색
이용약관 | 운영진 | 주요게시판사용규칙 | 등업방법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비밀번호분실/재발급 | 입금계좌/통보방법 | 관리자문의
독일 한글 미디어 베를린리포트 - 서로 나누고 돕는 유럽 코리안 온라인 커뮤니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