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자유의 역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024회 작성일 09-06-14 21:24본문
윗 글의 의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언론의 자유'라는 것. 이 말이 전하는 의미가 이제 저에게는 무시무시하고 치떨리는 무엇으로 들리기만 합니다.
동쪽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한국이라고 줄여서 부르지요.
그 나라에서 이 '언론의 자유'는 대단히 잘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찌나 잘 보장되어있는지, 이 나라에서 언론의 존재는 국가의 최대권력자인 대통령이 가장 어렵고 힘들게 '투쟁'했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위의 마지막 문장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누군가를 대상으로 투쟁을 했다는 것은 원래 좀 이상한 말입니다. '투쟁'이란 다윗이 골리앗에게 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닙니다. 즉 이 단어에는 상대적으로 작고 열세의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보다 크고 강세의 위치에 있는 자에게 행하는 '능동적 도전'의 의미가 있습니다.)
최대권력자인 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말을 했던 바 있습니다. 그의 이 말은 아직도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적어도 나의 가슴을 아주 심하게 아프게 만듭니다. 나는 이 말에 자려고 누웠다가도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나게 됩니다.)
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언론은 대통령을 흔들고 정권을 흔들고 국정을 흔들었다고 합니다. 진실의 이름으로, 사실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말과 논리의 힘으로, 사회적 지분의 힘으로, 정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아주 적법하게입니다.
그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세상의 어떤 나라의 언론도 그 정도로 막강한 존재-권력집단으로 부각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시기에 누군가 '언론의 자유'를 말했다면 그것은 마치 '권력의 자유'를 말하는 것처럼 이상한 어법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나라, 한국의 역사상 처음으로 어떤 사이비 보수나 사이비 진보의 타 집단과 힘을 합치지 않고, 어떤 정치적 조직기반도 가지지 않은 채 진보를 열망하는 국민 다수의 손에 의해 기적적으로 선출된 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열정적으로 많은 일을 했고 또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언론을 바꿔놓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투쟁'이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언론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음으로 인해 그 존재를 더 부각시켰지요.
대통령은 퇴임후 부패와 연관되어 자살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또 역시 언론이 아주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더 설명을 해야겠지만 어쨌든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 죽음은 저에게 밀실에서 고문 끝에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하고 치가 떨리게 들립니다.
깨어지지 않는 아성. 계란의 온몸으로 쳐보는 거대한 바위. 그것이 그 나라의 언론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유니, 반독재니, 민주주의니 등의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가치의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악마성과 권력의 의미, 또 분단 한국의 의미, 식민지 위치로부터 독립된 나라세우기의 의미, 독재의 의미, 보수의 의미, 권력 단위 간의 네트워크의 의미 등이 그에 함께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언론의 자유'라는 말. 이제 이 단어는 저에게 너무도 슬픈 뉘앙스를 무성하게 거느린 어떤 거대한 화두를 뜻하는 개념으로 들립니다.
그 단어의 거대하고 단단함에 나는 내 머리를 찧습니다. 언론의 자유라...
단언하건데, 그것은 미친 자유였습니다.
댓글목록
lichtwerk12님의 댓글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이 글은 조금도 리사마리 님의 글에 대한 반론이 아닙니다.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Lisamarie님의 댓글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lichtwerk 12님^^
제 글에 답변도 달아주시고, 영광입니다.
이런 적이 없었잖아요. ^^
그간 잘 지내셨죠?
님의 글은 알듯도 하지만 실은 정확히는 모르겠고요.^^
제가 한국내 사정을 잘 모르거든요. 저는 현대사 책 몇권으로만 이해 할 뿐 다른 건 모르잖아요.
그런데 혹시 이런경우도 님이 말씀하시는 "미친 자유" 경우에 해당하는 건가요?
정치를 떠나서 본다면요. 제가 정치는 잘 모르거든요.
에전에 한국에서 어떤 부자가 가난한 가정의 가장을 차로 치어 그는 죽었는데 그 부자는 보상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지요. 권력의 횡포만 부리며. 그래서 그 가난한 이는 유골을 담은 상자를 들고 길에서서 몇 달간 시위 중이었습니다. 신문은 연일 보도를 하고 그 부자를 "죽일 놈" 으로 몰아 그 부자가족은 매일 계속되는 협박에 거의 모두가 병이 날 지경이었는데도 돈을 안 내겠다고 하더랍니다.
누가 진실을 알아보니 이런거 였답니다. 그 가난한 가족의 아버지가 죽은 것은 그 부자의 탓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신호등을 어긴 거 엿답니다. 그런데 ! 심심한 언론이 나선겁니다.
그 부자가족에게 불만이 있었던지 진실과 상관없이 무조건 그 부자를 '죽일놈' 으로 모는 보도를 계속하고 가두시위를 하도록 권고를 하고 신문에 기사를 계속 낸것도 그 신문사들이었습니다. 그 부자는 자신이 책임이 없어도 도의적으로 그 죽은 가장의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언론의 폭력에는 죽어도 굽힐 수 없어서 버텼다는군요.
어디서 읽어더라.......즉 "언론자유" 가 아니라 "언론폭력" 에 관해서 였습니다.
(동문서답했나요?)
lichtwerk12님의 댓글의 댓글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보세요, 리사마리 님!
제가 여태까지 달았던 고작 몇 개의 답글은 거의 모두 리사마리 님의 글에 달은 것이었답니다. 너무 많은 답글을 받으시며 활동하시다 보니, 저의 답글정도는 잊으신 것이군요. 섭섭, 섭섭...
위의 '부자 빈자 교통사고 언론' 이야기는 일단 제가 쓴 것과 좀 다른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위 이야기에서 초점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것보다 '부자의 도덕성과 예의'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드는 의문은 부자의 죄를 묻는 근거인 '교통신호를 어기고 거리를 건너는 사람은 사상하도록 차로 받아도 되는가?'입니다.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한국에서 있을 때 얻은 상식으로는 '아니다'입니다. 즉 부자는 그래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실의 경중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과실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법이 그렇다는 것인데, 저도 사실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또 한 가지, 부자라는 사람이 어째서 보험도 없이 차를 운전했는지 모르겠군요. 보험이 있었다면 보상금 문제는 보험사와 유족 양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위 두 가지 문제가 먼제 해결되어야 하지만, 가령 법적으로 부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부자나 보험사의 보상도 불필요하다면 그것으로 법의 차원은 끝나고 도덕적 양심의 문제가 남겠죠.
님께서 질문하신 게 이 부분인데 글쎄요, 언론의 입장에 대해서만 말씀드리자면 이런 것을 어떻게 폭력이라고 하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단순한 언론의 자유 -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Liberty가 아닌, '자유분방'의 자유 Freedom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별로 없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만 보자면 그것을 기사화한 신문에게 비난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의 문제를 넘어 도덕과 상식, 원칙의 문제를 꺼내고 기사화시키는 것이 또한 신문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위에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니 궁극적으로는 제가 한 이야기와 같은 주제로 엮일 수도 있는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법이 규정하지 못하는, 법의 모태인, 도덕과 상식, 기본적 원칙의 문제... 결국은 같은 범주의 문제군요.
Lisamarie님의 댓글의 댓글
Lisamari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댓글들은 기억이 다 나는데요. 이렇게 커다란 '답변'은 처음이라고요^^
제가 읽은 저 글은 그러니까 언론이 일부러 고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어 버렸답니다. 무슨 의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기억이 안나서......^^
그러니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무엇보다 가장 강한 권력이었다는군요.
그런데 또 동문서답 하자면
베리에 좋은 글 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그 중 lichtwerk12 님, fatamorgana 님 은 " 인문계" 십니다. 내기해도 좋습니다. 반면 길벗, 친절한시선님은 절대 인문계가 아닙니다. 손에다 된장국 끓입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이분들 글이 다릅니다.
과학하시는 분들은 글의 어휘가 어렵고 난해해도 엔지니어의 글이나 정교한 기계처럼 짜여있어서 이해하는 데 수학적 머리가 많이 필요한데요. 인문계분들은 좀 투사력이 있어야 합니다. 제겐 더 난해하지요.
음 ...오랫만에 님을 뵈니까 쓸데 없는 말을 자꾸하고 싶어져요.어느 도시 사시는지 모르겠지만 만나서 님은 소주 ( 예전에 좋아 한다고 하셔서 ), 저는 쥬스마시며 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 이십니다.
lichtwerk12님의 댓글의 댓글
lichtwerk12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 참 그런 뜻이었군요! '댓글'과 '답변'이 다르지요??
저 그런 것 잘 구분 못합니다. 제 실수인가요? 그렇군요...ㅠ.ㅠ
그리고 저 인문계 맞습니다. 괜한 된장찌게 끓이시지 마세요.
전에 '친절한 시선'님께 소주병 꿰차고 놀러오시라고 했다가 무시당한 적이 있어 조심스럽니다만...
언제든 환영입니다. 밤새워 코가 비뚤어지도록 쥬스 마시지요 뭐...
그런데 제가 어느 도시에 사는지 여기에 밝히지 않으렵니다.
큰 도시가 아니라 한국유학생 몇명 되지 않은 도시에 살고 있어서 여기에 도시 이름 밝히게 되면 결국 저의 On, Off 활동이 제약됩니다.
어쨌건 요즘은 한국사람들과 술 마시고 싶습니다. 노 대통령 일 독일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괜히 별 상관도 없는 빌리브란트 이야기나 꺼내더군요. 그래서 더 속으로 우울했습니다. 어떤 독일넘 친구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미우나 고우나 '한국사람'이 그리웠습니다. 한국사람 붙잡고 한 5초만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약간 취한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삼십 후반의 남자입니다. 한 5초만, 부끄럼을 잊고 정말 터지게 울고 싶더군요.
- 추천 1
친절한시선님의 댓글의 댓글
친절한시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헉! 농담, 거절, 무시 등등의 단어들이 저의 뇌리 속에서 마구 점멸하는 가운데 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근데, 전 못갑니다. 안그래도 저의 성정체성 의심이 확실히 풀리지도 않았는데... 혹시 절 붙잡고 울어버리기까지 하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