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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re] 한해를 되돌아 본 독일에서의 자녀교육

페이지 정보

작성자 흰돌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3,444회 작성일 02-09-22 10:37

본문

반푼수님과 고민거리님의 경험담들이 저에게 예사롭지가 않아 저 역시 독일에서 자녀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이 토론의 대열에 저의 경험담으로 끼여들고자 합니다. 아직 독일생활 초보라 뭐라 말하기 부끄럽지만 지난 1년을 좀 회상해보겠습니다.

큰아이가 한국에서 2학년을 좀 다니다가 이곳에 작년 5월 달에 왔다. 솔직히 이곳의 새 학년 시작이 9월 달에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캄캄했었다. 6월 달에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대화했는데, 언어문제도 있고 하니 우선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한 후 적응이 되면 학년을 높이자고 제안하였다.

평소 들리는 말들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은 언어적응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가만 두어도 다 잘하게 되어있다"였다. 반신반의하면서도 그저 그렇게 되기를 바랬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어와 독일어 학습에 대한 비율 같은 원칙이 있을 리 만무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독일어를 하루빨리 알아듣고 말할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사였다.

우리 집은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대부분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진 주택에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아이들이 별로 없는 곳이다. 올해 들어 반 친구들 몇 명이 같은 동네에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평일의 대부분은 집에 틀어박혀 동생과 싸우던지 아니면 책을 끌어안고 시간을 보냈었다.

게다가 처음 반년동안은 집사람의 안티 TV 성향으로 아이들이 책보는 일 외에 별로 하는 일이 없었다. 사실 작년에 올 때 한국에서 가져온 아이들 책이 어머 어마하게 많았는데 6개월 동안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덕분에 나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예를 들어 서쪽 하늘에 저녁놀이 지면 영감님처럼 다음날 날이 좋을 거란 말을 하거나 우주에도 마찰이 존재할까? 라는 식의 질문을 하곤 한다. 다만 언어 적응이 늦어진 게 흠이었다.

물론 독일어 과외를 처음 한 달은 독일사람한테 했었고(멀어서 그만둠) 그 후 한동안 유학생으로부터도 받았었는데 그저 유학생 도와주는 것 밖에 안되었다(참고로 이 유학생은 이전 글에서 언급한 xxx없는 유학생이 아님을 밝힘 ^^).

올해 초 담임과 만났는데 아이가 아직 언어에 적응이 안되어 학년 바꾸기에는 이르다며 나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았다. 사실 내가 조급하게 마음을 좀 먹고 있었던 터라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1년이 지나 9월에는 2학년이 된다. 아직 바로 한 학년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이젠 감히 선생님과는 이야기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처음 반년을 보낼 때는 사실 좀 초조했었다. 한국에 있는 또래 친구들은 3학년이니 비교가 되고 자기보다 어린 녀석들과 학교 다니는 게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고학년 수학 참고서를 매일 풀게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쭈욱 ^^;;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인생에 있어서 1년 더 빠르고 더 늦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경험과 독일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나이가 친구 사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이 녀석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재미있어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지 모른다. 가끔 학교 쉬는 시간에 찾아가 노는 모습을 볼 때나 동네 아이들과 축구공 찰 때 보면 말을 가장 말이 많이 하는 녀석이 우리 집 아이다. 난 이게 아직 의문이다. 아직 말을 잘 못하는 녀석이 또래들과 놀 때면 늘 대장이다.

우리 아이를 통해 새삼 알게 된 것은 아이들 세계에서는 인종과 언어와 민족은 그저 다름일 뿐이지 차별의 대상이 아니란 사실이다. 반 친구들 15명 가운데 외국인은 모두 3명이다. 브라질, 터키, 그리고 한국, 이렇게 이번 월드컵 4강이 다 모여서 그런지 이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아주 특별한 추억이었다.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모두 한국 응원하겠다고 약속을 받아 왔었다.

작년에 입학식 하는 날이었다. 입학 예배 후 Zuckertuete를 하나씩 들고 학교 강당으로 향하는데 한 쪼그만 꼬마 녀석이 우리 집 아이 옆에 딱 붙어 떨어지지를 않아 지켜보던 우리부부와 그 집 식구들이 재미있어 한 적이 있었다. 결국에 이 꼬마의 강력한 요청으로 우리 집 아이의 짝꿍이 되어버려 아직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우리 집 아이의 나이가 또래들보다 최소한 1살 이상은 많다보니 대하기가 편한지 반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좀 성숙한(?) 같은 반 여자 애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터라 때가되면 학년 바꾸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아이가 이젠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농담 삼아 아이에게 한국에 가고싶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nein danke"다. 아이 입에서 한국에서 학교 다니기 싫다는 말까지 들을 때면 여기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것에 안심은 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많이 된다. 아이의 한국에 대한 상처는 선생님 때문이다. 1학년 입학하면서 거의 매일 혼난 이야기를 들으며(특정한 아이를 이유 없이 혼낼 때는 한국에서만 통하는 특별한 사인이 있다) 선생(님 붙이기 싫음)의 공포분위기 때문에 이사를 갈 정도였다. 학교에서의 단체 기합은 주로 이러했다. 깍지끼고 엎드려뻗쳐, 자기 머리 쥐어박으며 나는 돌이다 외치기, 이젠 생각도 안 난다. 아무리 아이들 통제가 힘들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그렇지 그게 아이들한테 할 짓인가?

이 늙수그레하고 돼먹지 않은 남선생은 어떤 한 특정 아이를 불러내 "난 너 때문에 살맛이 않나!"라고 까지 했다고 한다. 왜 그런 선생 쫓아 내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글쎄, 아이 말만 듣고 가서 따질 용감한 학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일이 잘못되면 학교에서 찍히고 소문나면 왕따 당할텐데...

전학간 학교의 1학년 여선생님은 다행히 천사(이전 선생에 비하면)같았다. 문제는 2학년 때 또 다시 히스테리성 있는 여선생을 만나며 매일 매일 고함소리를 들어야 했다. 또래 여자아이들은 왜 또 그리 드센지 여자아이라면 슬슬 피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아줌마들도 사실 좀 드세다. 오죽하면 한국의 "아줌마" 라는 단어에는 성, 연령, 결혼 여부를 포함해서 그 이상의 좀 특별한 뉘앙스가 있지 않은가?

그런 녀석이 여기 와서는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 누구누구며 자기는 누구를 좋아한다며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여자친구로부터 뽀뽀를 기습적으로 당했다며 전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이야기하는걸 듣고 내가 자라던 때와는 다름을 절감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활짝 열린 세상에서 편견과 구김 없이 당당하게 자라나기를 바랬었다.

나는 한국에서 모진 수난과 역경과 악조건을 헤쳐 나온(?) 많은 성공적인 생존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보니, 그런 환경을(좀더 심해졌겠지만) 적응 혹은 이겨내지 못한 아이에게 사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아이 때문에 독일 온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아직 언어는 아니지만) 만족하고 있으니 부모로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한 달 예정으로 얼마 전 한국으로 갔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학교에서 삼총사로 통했던 옛친구 집에 며칠 머무르는 동안 그 집 엄마가 애들한테 일기를 쓰게 했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을 일이 벌어졌단다.

우리 집 애 하는 말이, 자긴 독일어로 일기 쓰는 게 편하다며(띠용~) 그것도 필기체로 일기를 줄줄 쓰더란 거다. 도대체 누구 닮아서 잘난 체 하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뭐라고 썼을까?


P.S.
근데, 우리집 아이만 이렇게 늦는겁니까?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아직 다 알아듣지못해 가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 가르쳐보면 결코 총기가 떨어지는 애는 아닌데 말입니다. 마음을 비워도 걱정은 여전하네요...





고민거리 : 언제 뵈어도 반가운 흰돌님 ^^ 반갑습니다 꾸벅 ^^ 먼저 진솔한 글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보건데 전혀 늦은 것 같지 않은데요. 게다가 말씀하신 것처럼 1년이란 것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덕이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고요. 그리고 적응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더군요. 또 지금 어려운 교우관계도 너무나 잘하고 있고요. 보다 큰 문제는 아이가 한국에 돌아가야할 상황이 되었을 때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 때문에 제가 머리칼이 많이 빠집니다 ^^;; 아직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래의 글에서 다하지 못했는데, 찬찬히 학부모들간의 대화를 좀 가져보고 싶습니다. 자녀교육문제는 안 겪어 본 이는 모르는 오묘한(?) 세상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줄기차게 서로 경험을 함 나누어 보지요 ^^ 200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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